3세兒 두고 갔다는데.. 아래층 외조부모 몰랐을까

■ 구미 女兒 사망 미스터리

외조부모 “같이 이사한줄 알아”

이웃들도 울음 못들었다 진술

20대 친모, 재혼 남편집 오가며

30개월된 아이 육아 가능했나

警, 살해후 유기 가능성도 수사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 살인혐의로 구속된 친모는 딸을 남겨두고 가면서도 버젓이 전입신고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친모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한 달 20만 원의 양육·아동 수당은 챙겼다. 또 아이가 살았던 집 아래층에 살고 있던 외조부모는 아이 울음소리조차 듣지 못했다고 진술해 의문이 갈수록 꼬리를 물고 있다.

◇친모, 전입신고는 왜 했나 = 15일 경찰과 구미시 등에 따르면 20대 친모 A 씨는 딸 B 양과 함께 살던 빌라에서 800여m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면서 B 양과 함께 전입신고를 했다. 이후 A 씨는 3개월여 동안 빌라를 들락거리면서 B 양을 돌보다 8월 초 재혼한 남편 사이의 아이 출산이 임박하자 B 양을 최종적으로 버렸다고 경찰에 밝혔다. B 양은 지난 10일 오후 3시쯤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 양육이 힘들고 당시 재혼한 남편 사이의 아이 출산도 해야 해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딸을 집에 홀로 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년 6개월 된 아이를 하루 종일 양육하지 않고 들락거리면서 돌보았다는 진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 씨는 지난달까지 구미시로부터 매달 B양의 양육·아동수당 명목으로 각각 10만 원씩 받았다. 경찰은 A 씨가 아이를 숨지게 한 뒤 내버려뒀는지, 방치해 숨지게 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외조부모 울음소리 못 들었나 = 빌라 한 층 아래에는 B 양의 외조부모가 살고 있었으며 이들은 “딸이 이사할 당시 외손녀도 데리고 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부모는 물론 이웃 주민들도 B 양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 부모를 비롯한 이웃이 B 양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는지, 아이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아동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경찰은 B 양의 친부는 오래전 집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서 증가하는 아동학대 신고 = 경찰청이 15일 발표한 ‘설 명절 종합치안활동 결과’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아동학대 신고는 하루 평균 47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신고 건수는 지난해 24건 대비 95.8% 증가한 규모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대 피해 아동이 속출하면서 경찰 예방활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신고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지적이 아동학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구미=박천학 기자,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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