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LG화학-SK이노 합의 가능성 커져..관건은 합의금 규모"

정은지 기자 2021. 2. 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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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한 SK이노 영업상 불확실성 증대..SK-LG 합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져"
관건은 양사간 합의금 규모..조정시 매수 의견도 "사업영속성 우려는 제한적"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증권가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 LG의 승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LG와 SK간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합의 시점과 합의금 규모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주식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장초반 1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으나 오전 11시5분 현재 낙폭을 3%까지 줄였다. LG화학 주가는 3%대 상승 중이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관세법 337조(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행위를 다루는 제재 규정)를 위반했다고 보고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포드의 F-150 픽업트럭용 2차전지는 4년간, 폭스바겐 북미 법인의 MEB플랫폼 전기차용에 대해서는 2년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 SK이노베이션 부정적 영향 불가피…"조정시 매수" 의견도 나와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ITC 최종 판결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확정했다"며 "이번 최종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사업 관련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ITC의 최종 판결로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긍정적인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샘 SK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수주금액은 전체 수주 예상 잔고 70조원의 28%에 달하는 20조원으로 알려졌다"며 "현재까지 미국 1, 2 공장을 포함해 총 3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만큼 남은 건설 진행에도 영업상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고 했다.

ITC가 배터리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기술적 우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지적재산권에 대해 국제적인 기관에서 법적으로 보호를 받았다는 점에서 ITC 결정은 큰 의미를 가지며 장기적으로 있을 수 있는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하락시 저가매수 추천도 나왔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우려일 뿐 중장기 사업의 영속성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올해 자회사 상장, 기존 사업 매각 등으로 유입될 현금으로 합의안 도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주가 조정시 매수기회로 삼기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 "합의 가능성 높아져"…합의금 규모가 주가 방향성 가를듯 ITC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양사간 합의가 도출되거나 바이든 행정부의 ITC 판결 거부권 행사 등이다. 증권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SK이노베이션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양사 간 합의 시기와 규모가 향후 주가 및 기업가치 재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판결에 앞서 양사가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양사 간 합의금 규모 격차가 워낙 커 한동안 의미 있는 제안이나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합의금으로 조단위 금액을 요구한 반면 SK는 수천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장 가동에 대한 SK의 높은 의지를 감안할 때 양사간 합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판단"이라며 "합의금 규모가 주가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판결까지 1~2년이 추가 소요돼 소송비용이 가중되는데다 합의를 원하는 미국 내 여론 및 OEM 기업의 추가 수주와 사업 지속성을 위해 LG와 SK 양사는 합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문제는 합의금 규모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합의가 지연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 증가와 수주 약화로 사업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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