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대한독립 만세"..딸기독립운동사 더듬어봤더니
[경향신문]
요즘 충남 홍성 금마면 화양리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신이 났다. 그동안 정성스럽게 키워온 딸기 ‘아리향’이 해외시장에서까지 ‘귀하신 몸’이 됐기 때문이다.
귀농한 2개 농가를 비롯한 5개 농가는 홍성아리향영농조합을 결성, 비닐하우스 30개 동에서 아리향 등의 딸기를 연간 80∼90t 생산하고 있다.
이들 농가는 지난해 4만3000달러어치의 딸기를 해외에 내다팔았다. 수출 첫 해인 2019년 2만5000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1.7배 증가한 것이다.
홍성 아리향은 여러 나라에서 인기다. 국가별 수출액을 보면 홍콩 1만1000달러, 싱가포르 9000달러, 인도네시아 8000달러, 베트남 5000달러, 미국 5000달러, 태국 5000달러 등이다.
홍성 딸기는 올 들어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지난 1월에만 무려 10만달러어치의 딸기가 수출된 것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수출한 금액보다 배 이상 많은 액수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딸기 생산이 종료되는 4월까지 30만달러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성지역 농민들이 생산·수출에 나선 딸기 아리향은 과실이 어린아이 주먹보다 더 큰 대과종이다. 당도는 일반 딸기와 비슷하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진하기로 유명하다.
아리향은 특히 과실이 단단해 보존 기간이 일반 딸기보다 훨씬 길다. 충남도 관계자는 “알이 크고 보존 기간이 긴 대과종 딸기는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해 수출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홍성 아리향 딸기는 ‘귀하신 몸’이 돼 있다.
아리향은 백화점 등 고급매장에서 주로 판매되는데, 홍콩의 경우 50∼60g짜리 특대형 1상자(1.2㎏)가 10만원 안팎에 모두 팔려나가고 있다.
홍성 아리향 딸리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주문 쇄도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1주일에 1∼2t정도의 주문이 밀리면서 그야말로 없어서 못 내보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 아리향 딸기의 활동 무대는 자꾸만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과 지난달에는 캐나다 바이어가 직접 찾아와 상담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두바이의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했다. 3월까지는 이들 나라에도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아리향 딸기 수출 전용 포장재를 개발하고 동남아 국가의 대형 유통매장에서 홍보판촉활동을 진행하는 등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은 ‘아리향’
충남 홍성에서 생산돼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리향’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초부터 수확이 가능한데다 알이 크고 단단하면서 비타민C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이 품종은 기존 품종에 비해 알이 50% 이상 크고, 28% 가량 더 단단하다. 비타민C의 함량 역시 100g당 73㎎으로 다른 품종보다 풍부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 딸기는 알이 크고 단단하면서 당도(10.4브릭스)와 산도가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폭넓은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이 큰 아리향은 4∼5개만 먹어도 성인에게 필요한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을 충족시킨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아리향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도 많이 들어있어 겨울철 건강과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된다.
■충남은 원래 ‘딸기 독립’의 성지(聖地)
충남은 우리 딸기의 자존심을 지키고, 한국 딸기의 독립을 이룬 곳이다.
2005년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된 딸기 중 80%는 ‘레드펄’이나 ‘아키히메’같은 일본 품종이었다. 당시 국산 딸기 품종의 점유율은 9.2%로 참담한 상황이었다.
이때 구세주로 나선 것이 충남이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산하 딸기연구소는 오랜 연구 끝에 ‘설향’이라는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 세상에 내놨다. 이 설향은 우리나라 딸기 농업의 흐름을 일시에 바꿔놓았다.
우리 농민들이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면서도 수확량이 많고 맛까지 좋은 ‘설향’은 빠른 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일본 여자 컬링대표팀의 스즈키 유미 선수가 동메달을 따고 나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딸기가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가장 좋아한 간식이었다”고 말해 한국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된 딸기가 바로 설향이었다.
특히 설향은 국산 딸기 품종 개발·보급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이후 저장성이 좋은 ‘싼타’, 기형과일의 발생이 적은 ‘죽향’, 수출용 딸기로 적합한 ‘매향’ 등의 품종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국산 품종 보급률은 갈수록 높아졌다.
앞에서 설명한 ‘아리향’은 물론 은은한 복숭아향이 특징인 ‘킹스베리’, 당도와 풍미가 우수한 ‘금실’ 등의 우수 딸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농민들은 대부분 국산 품종을 재배하게 됐다.
충남 딸기 설향으로 시작된 ‘딸기 독립’ 덕분에 지금은 국산 딸기 품종의 국내 점유율이 94.5%(2018년 기준)까지 높아졌다. 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020년 한국 딸기의 수출액은 무려 5301만달러(약 585억원)를 기록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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