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성공 주역' 김범석 의장, 투자자 설득 通했다

글로벌 투자자 韓 끝나지 않은 치킨게임 우려
김 의장, 해외 아닌 한국 투자 택한 정면승부
차등의결권 확보, 그간의 공로 인정·미래 성장도 맡겨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쿠팡이 시장에서 거론된 밸류에이션을 훌쩍 뛰어넘는 기업가치가 거론되자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경영 능력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제기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 우려를 한 번에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그간의 김 의장의 공로는 차등의결권으로 보상 받으며 쿠팡의 미래도 책임지게 된 모습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이르면 다음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500억달러(약 55조원)라는 어머어마한 기업가치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주목된다. 250억~300억달러(약 28조~33조원)로 추정했던 업계 전망치의 두 배에 이르는데다 쿠팡의 내부 평가(400억달러)도 넘어서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달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컨피델셜(기밀의) 파일링을 통과한 후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투자자들은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이 약 24조원에 이르는 등 한국의 이커머스 공룡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점유율이 약 20%에 머문다는 점을 우려했다.

즉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은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점유율이 50%를 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마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50%에 이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이커머스 기업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경쟁이 여전함에 따라 쿠팡의 흑자전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당일 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지난해 매출 13조원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달성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장 우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기엔 점유율이 높지 않아 향후 치킨게임 지속으로 수익성 개선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투자자들이 꼽은 약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정면승부를 택한 모습이다. 한국을 넘어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비전대신 한국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란 계획을 내놓았다. 쿠팡의 공모가를 정할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에 보낸 파운더스 레터(창업자의 서신)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김 의장은 한국에 사업이 한정돼 있는데다 한국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다는 김 의장의 비전이 현실성과 진정성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400억달러도 너무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기존의 평가를 넘어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김 의장은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차등의결권을 갖게 된 점도 쿠팡의 안정적인 경영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은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이 부여된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제도로, 김 의장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IPO 전문가는 “쿠팡은 이커머스를 넘어 배달, OTT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당연히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진출할 것이란 비전으로 투자자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며 “그러나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기 위해 허황된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실현 가능한 구체화된 계획을 보여준 점이 쿠팡에 대한 기업가치를 더 올린 격”이라고 말했다.

miii0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