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제로 프라이버시' 시대.. 개인정보 수익, 테크공룡이 독식해도 될까
■ ‘막강 권력’ 빅테크 기업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쟁 가열
애플·MS·아마존 등 7개 기업
시가 총액만 합쳐 1경90조 원
막대한 이득 내며 세금은 회피
동의 없이 친구정보 이용하고
위치정보 무단수집 소송 ‘시끌’
이용자가 자발적 정보 제공도
각국 정부 규제 나섰지만 한계
전문가들 “정보 주체는 개개인
자기결정권·통제권 강화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본격화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 분야까지 전방위로 커지고 있다. 20여 년 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이들 기업은 이제 현대인의 삶과 현대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막강 권력’이 됐다.
지난 5일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의 시가총액 합계는 9조340억 달러(약 1경90조 원)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 합계의 47.5%에 달한다. 이들은 이용자 이름은 물론 거주지와 전화번호, 심지어 가족관계도 꿰뚫고 있다. ‘제로 프라이버시’ 시대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권력에는 늘 그림자가 있는 법. 트위터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 영구 폐쇄를 계기로 ‘가짜뉴스’ 규제와 표현의 자유 간 논쟁이 일면서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커버린 ‘빅테크’ 제어가 사회적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과 애플이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 방식을 놓고 이권 싸움을 벌이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논쟁도 다시 불붙었다. 중국에서도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갈등을 기화로 독점 논란이 일고 있다.
◇‘제로 프라이버시’ 시대, 개인정보 보호는 가능한가? = 가장 먼저 제기되는 쟁점은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보호다. 개인들은 SNS를 이용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시청하며, 스마트폰을 매일 들여다보면서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정보기술(IT) 공룡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IT 기업들 역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색인화, 수익화할 수 있는 데이터로 간주하고 있다. 구글 체크아웃을 사용하면 구글은 이용자의 신용카드 번호나 계좌 번호에 접근할 수 있고, 구글 래티튜드는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심어져 이용자의 실제 위치를 추적한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서 ‘디지털의 배신’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제로 프라이버시’라고 명명했다. “정부나 민간의 공권력이나 강제력을 크게 빌리지 않아도 서비스 편리와 기술 효율을 대가로 사용자들이 데이터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놀이를 즐기면서 스스로 데이터 유출과 오·남용 과정에 기꺼이 동참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지적했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또 있다. 이 교수는 “동시대 닷컴기업 대부분이 이용자들의 데이터 활용과 포획을 통해 기업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개인정보로 기업 가치를 실현한다면, 이들의 수익이 온전히 기업의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
◇IT 공룡들, 전방위적 막강 권한에 비해 사회적 책임은 결여 = 거대 IT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거의 독점 수준이다. 전 세계 광고 지출의 50%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들어가며, 전 세계 휴대전화 중 99%는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네트워크 효과(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몰려드는 현상)로 빅테크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들 기업으로 경제력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해졌으나 이들 기업이 이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도 조세 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부편집장 라나 포루하는 저서 ‘돈 비 이블(Don’t be evil)’에서 “기술 플랫폼은 국가의 운명을 휘두르는 도구로까지 역할을 한다”며 “정보 민주화를 목표로 시작된 움직임이 민주주의 구조를 파괴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가 허위 정보 확산의 진원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는 러시아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던 정황도 포착됐다. 현재 IT 공룡들은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유통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면책특권을 부여한 통신품위법 230조의 적용을 받고 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독재자나 권력층이 가짜뉴스를 교묘히 생산해 유통하도록 허용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각국 정부 대응에 한계…이용자들의 인식 제고·제도 뒷받침돼야 = 플랫폼 기업과 관련한 각종 문제로 각국 정부가 규제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사업자에게 이용자 본인과 해당 이용자의 페이스북 친구 개인정보까지 제공해 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에서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로 연이어 집단 소송에 휘말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에선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됐으나 연방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법률은 없는 상태다. 그나마 EU는 2016년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제정해 EU 회원국 국민의 기본적인 사생활 권리 보호에 나선 상황이다. 오히려 플랫폼 기업 기술을 악용하는 국가도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인터넷기업 독점 규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공산당의 검열을 강화하고 이용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인식 제고와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보 주체 입장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어떤 정보를 이용하고 있고, 수집 목적은 무엇인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프라이버시 사업을 두고 소상공인이나 광고주의 권리를 얘기하는데, 초점을 정보 주체에 맞춰야 한다”며 “개인보호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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