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의 총량을 계산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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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 라디오4의 인기 프로그램 '모아 오아 레스'(More or Less)에서 이런 이색 과제를 과학자에게 내주고 계산을 부탁했다.
그는 우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추론해 보기로 했다.
예이츠 박사는 추정치의 중간인 1인당 100억개를 기준으로 전체 바이러스 입자 수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퍼진 바이러스 입자 수는 대략 20경개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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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음료캔 양에도 못미치는 160ml
전 세계 누적 감염자 수 1억명을 돌파한 코로나19 바이러스(정식 명칭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를 전부 모으면 얼마 만한 양일까?
최근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 라디오4의 인기 프로그램 '모아 오아 레스'(More or Less)에서 이런 이색 과제를 과학자에게 내주고 계산을 부탁했다.
‘비비시’의 부탁을 받은 사람은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원제 The Maths of Life and Death)이라는 저서로 큰 주목을 받은 배스대의 수리생물학자 크리스티안 예이츠 교수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수치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가 몇단계에 걸친 수학적 추론을 거쳐 내린 결론은 160ml였다. 벌써 24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대 최악급의 이 병원체를 다 모아도 작은 음료캔 1개를 다 채우지 못한다는 것. 그는 온라인 과학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자신의 추론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계산을 위해 알아야 하는 세가지 데이터
그는 우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추론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선 실제 감염자 수를 알아야 한다. 그가 계산했을 당시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50만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증상이 없어 검사를 아예 받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워싱턴의대 부설 보건지표평가연구소(Th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s)가 통계·역학 모델을 근거로 실제 일일 신규 감염자 수를 300만명으로 추정한 것을 차용했다.
그러나 같은 감염자라도 바이러스 입자 수는 시시각각 변한다. 그동안의 연구들을 보면, 감염 직후 인체 내에서 복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염 6일 후에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은 문제는 구체적인 입자 수를 어떻게 계산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숭이의 여러 장기 조직에서 1g당 바이러스 입자 수를 계산한 연구(`네이처' 2020년 5월12일)와, 이를 인간 장기 조직 크기에 맞춰 추산한 연구(`메드아카이브' 2020년 11월16일)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두 연구에 따르면 한 감염자 몸 속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 수는 10억~1000억개에 이른다.
예이츠 박사는 추정치의 중간인 1인당 100억개를 기준으로 전체 바이러스 입자 수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퍼진 바이러스 입자 수는 대략 20경개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왔다.
한줌의 바이러스가 온 인류를 공포로
전체 바이러스 입자를 한데 모아보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바이러스는 둥그스름한 공 모양을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름은 평균 1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1미터)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반지름을 50나노미터로 보고, 단일 바이러스 입자의 부피를 계산해 보면 52만3천세제곱나노미터다. 이를 전체 입자 수로 곱하면, 전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양은 120ml가 된다.
그런데 둥그런 물체를 쌓으면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생긴다. 이때 생기는 빈 공간은 전체 부피의 약 26%다. 이를 적용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를 한데 모아놓을 경우 총 부피는 160ml로 늘어난다고 예이츠 교수는 설명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작은 음료캔 하나도 채울 수 없는 아주 작은 유기체 군집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다. 예이츠 교수는 “작년에 발생한 모든 문제, 혼란, 고난, 인명 손실이 몇 모금의 양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놀랍다”고 말했다. 우주를 왕복하고 생명체 DNA도 조작하는 시대를 연 인류 문명의 취약한 이면을 한줌의 바이러스가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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