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신중론] 유동성의 힘, 이젠 주가 상승 동력 아닌 부담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21. 2. 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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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도 기대만큼 빠른 효과 나타내기 어려울 전망

(시사저널=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로나19 발생 후 1400까지 떨어졌던 우리 주가(코스피)가 3200까지 오르는 과정은 크게 둘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400에서 2400까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코스피 수준이 2200대였고, 코로나 사태 직후 금리 인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상승이다. 두 번째는 2400에서 3200까지다. 시장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때 이루어진 상승 때문일 것이다.

지금 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요인 중 가장 큰 게 주가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말 코스피는 2267이었다. 거래일수 48일 만인 올해 1월11일 장중 3266이 됐다. 즉 두 달 사이에 주가가 44%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더 가파른 상승장이 펼쳐졌다. 2700대 중반이었던 코스피가 10일 만에 500포인트 넘게 상승해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을 제외하고 주가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빨리 오른 전례가 없다. 같은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의 상승률은 3%에 그쳤다. 우리와 선진국 시장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만큼 코스피는 남들보다 빨리 하락할 수 있다.

해당 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도 이제는 부담이 된다. 작년 12월24일 62조원이었던 고객예탁금이 열흘 사이에 74조원까지 늘어났다. 하루에 1조원 가까운 돈이 시장에 들어온 건데, 돈이 들어올 때는 주가가 상승하지만 유입이 끊기면 반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업종 대표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바뀐 게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대형주 위주의 상승도 이제는 부담 요인

이번에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돈이 개인투자자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64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고객예탁금이 38조원 늘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까지 포함한 대기자금도 51조원 늘어났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1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는 두 시장에서 24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큰 액수지만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판단이 달라진다. 1월말 현재 고객예탁금과 코스피,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이 각각 70조원, 2500조원이다.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의 2.6% 정도로 과거 주가 상승기 때의 평균 비중 3%에 미치지 못한다. 거래대금과 비교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1월 한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8조원이었다. 고객예탁금 전체를 가지고 이틀도 거래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작년 1월 고객예탁금이 20조원일 때 해당 수치가 1.5일이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에 나섰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분화가 일어났다. 작년 10월 이전에 시장에 들어와 있던 개인투자자는 크리스마스 이후 상승에 동참하지 않았다. 돈이 한창 들어올 때는 새로운 매수 세력이 기존 세력의 매도를 이겨낼 수 있지만 돈의 유입이 줄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주가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한 점도 이제는 불안 요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1월8일 이후 급등했다. 8만2900원이었던 주가가 이틀 사이에 장중 9만6800원까지 올라 16.7% 상승했다. 주가는 올랐지만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9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9조원에 그치고 말았다. 평소였다면 주가가 하락할 사안이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움직였다.

현대자동차는 더하다. 애플과 미래차 개발을 제휴했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이틀간 40% 넘게 상승했다. 해당 제휴가 현대자동차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결과가 유동적이고, 설사 개발 제휴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테슬라나 구글 같은 선두주자가 있기 때문에 개발비만 들이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의미 있는 재료가 아님에도 주가는 이를 무시하고 급등했다. 두 경우 모두 많은 돈이 미래를 밝게 보도록 만든 건데 주가가 후퇴하면 해당 재료와 그로 인한 상승이 시험대에 들어갈 수 있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업종 대표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다. 삼성전자 상승률이 다른 종목의 절반에 그쳤던 걸 보면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랬던 업종 대표주가 돈이 몰리면서 갑자기 뛰어난 성장성을 가진 주식으로 탈바꿈했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내용이 바뀐 것이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경기 회복 늦고 저금리 효과 약해져

코스피 3000 시대는 저금리와 백신 접종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저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되겠지만 시장에서 계속 큰 힘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물가가 올라도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자산 매입을 줄이지 않겠다고 확약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언급을 내놓았지만 주식시장이 거꾸로 하락했다. 더 큰 유동성을 넣어주기를 바랐지만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입장은 명확하다. 그동안 많은 유동성을 넣었기 때문에 지금은 효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동안 시장이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너무 익숙해져 큰 실망감이 표출됐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시장에서는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가 많았다. 백신이 개발되고 본격적인 접종이 이뤄지면 질병 상황이 개선돼 경기 회복의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질 걸로 봤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대가 남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백신 보급 효과를 반영해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의 영향을 심하게 받았던 유럽을 제외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대다수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상향 조정됐다. 그만큼 백신 접종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확산과 낮은 백신 접종률이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의 봉쇄조치 강화로 이동성(Mobility) 지수가 위축되고 있는데 백신 접종이 상황을 빠르게 바꾸지 못할 것 같다. 당분간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악영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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