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에 美·中 처방은 '요지부동'.. "타깃 제재" vs "안정 우선" [아세안 플러스]

박종현 2021. 2.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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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캐나다 적극적 '헌정 원상회복' vs 中·印·韓·日·아세안은 '낮은 목소리'
쿠데타 발생 이후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차량으로 도로가 차단된 가운데 경찰이 14일(현지시간)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도로 가운데에 서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미얀마의 쿠데타는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마주한 뜻하지 않는 복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트럼프 탄핵 정국’ 등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미얀마 사태는 바이든 행정부에 최우선 순위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미얀마는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면서 인도양과 접한 전략적 요충지로 인도·태평양전략 실현의 핵심 지역이다.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지역이다. 

미얀마의 중요성은 중국에도 각별하다. 미얀마는 내륙과 해상의 새로운 실크로드 전략 구상을 담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핵심 국가이다. 미얀마는 중국과 경쟁관계인 인도, 이 지역에 오래 공을 들인 일본,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는 한국, 지역의 정치경제적 블록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 등에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 발생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는 이들 국가의 입장을 미묘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쿠데타 세력을 향해 제재방침을 확인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미얀마 군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쿠데타는 미얀마 내정 문제라는 입장을 반복해 발신하고 있다. 

“美, 타깃 제재” vs “中, 지역 안정이 우선”

미국은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를 용인하기 힘든 처지다. 미얀마는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제재를 해제하며 공을 들인 나라다. 그보다 1년 전인 2015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총선 승리로 군부 독재체제가 걷히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에도 이전처럼 미얀마 전체를 향한 제재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외교협회(CFR)은 최근 미국과 EU 등 서방이 미얀마에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광범위한 제재는 피폐한 상태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미얀마 전체 주민의 70%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일자리를 잃고,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제재를 하게 되면 가난한 이들은 생존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광범위한 제재는 일반인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많은 난민을 양산할 수 있다. 미얀마에서 난민이 발생하면 이들은 대부분 태국이나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되면 미얀마의 혼란이 인접 국가로 영향을 주게 된다.

미국과 EU는 결국 미얀마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보다는 특정 대상을 겨냥한 ‘정밀 제재’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 군인 복지법인( MEHL, Myanma Economic Holdings Limited)에 대한 제재, 보석 등에 대한 수출 금지, 군부 쿠데타 세력 친인척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 거부 등이 선택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이번 쿠데타에 거리감을 두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지난 12일 중국은 “미얀마에서 발생한 일은 본질적으로 미얀마 내정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미얀마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얀마의 정치·사회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갈등을 심화하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동남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 이번 쿠데타는 미얀마 군부를 지원할 수 있는 호재로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부 쿠데타 세력의 집회 금지 방침에도 미얀마 시민들이 14일(현지시간) 양곤 시내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과 투표 결과 인정을 요구하는 표지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외부의 관찰과 달리 중국은 이웃나라인 미얀마의 정국 안정이 자국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중국 측은 쿠데타 세력은 물론 수치 고문 측이나 NLD등과도 원활한 관계를 맺어왔다. 쿠데타는 경제 불안과 난민 발생 등 필연적으로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웃 중국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 아니다. 체질적으로 미얀마 군부는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CFR의 조슈아 컬랜칙 동남아 연구원은 “미얀마 군부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베이징과 협조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할 것”며 “미얀마 군부의 반중 정서는 아주 유명하다”고 분석했다.

“印·韓·日, 국제사회 입장 중요”…아세안 회원국 간 미세한 차이

인도나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도 미얀마 쿠데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인도와 한국, 일본은 이번 쿠데타에 비판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을 포함한 이들 3개국은 민주적인 헌정 질서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미얀마 군부에 대해 강력한 제재 방침을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중국의 경쟁국인 인도는 군부 쿠데타로 중국의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반기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입장은 미얀마에 투자를 이어오면서 공을 들여온 한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만 하더라도 경제 지원 중단 가능성을 흘리고 있지만, 국제사회 동향을 신중히 지켜본 뒤 지원 중단 혹은 축소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 양곤 도심에 자리한 술레 파고다 인근에 배치된 장갑차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양곤=AFP연합뉴스
변화는 오히려 ‘회원국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어온 아세안에서 미세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 변화는 개별 국가의 리더십 여건에 따라 다르게 포착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번 쿠데타에 대해 어느 회원국보다 강력한 비판 성명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미얀마 쿠데타 문제를 다룰 아세안 특별회의를 요구한 상태다. 물론 특별회의가 열리더라도 회원국들이 쿠데타를 비판하는 만장일치의 결의문을 채택할 여지는 낮다.

미얀마 쿠데타에 결코 목소리를 내지 않을 회원국으로는 미얀마에 앞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태국을 비롯해 라오스와 캄보디아 정도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국이 싱가포르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쿠데타 세력의 자금 동결 등을 통한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그리되면 아세안 내부에서 일부 파열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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