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재임기간 사망자만 14명.."중대재해 책임 근로자에 전가"

류정민 기자 2021. 2. 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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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중대재해 긴급진단 <상> ] '안전 최우선' 경영방침 선언 닷새 만에 30대 사망
노조 "위험하고 힘든 일 사내하청 근로자에 떠넘겨..책임회피 불법파견 지속"
포스코 포항제철소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경영방침을 내세운 지 불과 닷새 만에 30대 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최 회장에 대해 '일방적인 대책만 내놓고, 오히려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고만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연임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여야는 최 회장을 오는 22일 열리는 산업재해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고 반복되고 있는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 사망자만 19명…최 회장 취임 직전 2017년은 '0명'

15일 포스코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등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해인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 내에서는 19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 노동자 가운데 원청 노동자가 5명이었고, 하청노동자는 14명이다. 재임기간으로 한정하면 사망자는 14명이다.

최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인 2017년에는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고, 2016년은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시점인 2018년 7월 이후 사망자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근로자는 현재 8명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최근 사망 사고는 지난 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했다. 사망자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35세 근로자로 롤러 교체 작업 중 철광석을 붓는 언로더가 작동되면서 협착,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 뉴스1

이번 사고는 지난 3일 최 회장이 '경영활동의 최우선은 안전'이라고 강조한 후 닷새가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노조는 포스코 경영진이 제시해 온 대책이 실효성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최근 그룹운영회의에서 "생산보다 안전이 우선이며,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은 안전"이라고 말하면서 '작업중지권' 활용을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작업 지시를 받거나 신체적 혹은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으면 작업자들은 이에 대한 거부를 요청할 수 있다"며 "작업중지권을 직원들에게 적극 안내하고 철저히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는 안전 최우선 경영방침에 따라 Δ생산우선에서 안전우선 프로세스로의 전환 Δ작업중지권 철저 시행 Δ안전신문고 신설 Δ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Δ협력사 안전관리 지원 강화 Δ직원 대상 안전교육 내실화 등을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으로 즉시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같은 대책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작업중지권은 본래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보장돼 있는 내용인데 최 회장이 새삼 이를 강조하는 것의 저의가 무엇이겠냐"며 "이는 근로자 스스로 작업중지권을 통해 살길을 찾고,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중지권을 왜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느냐'며 근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포스코가 제시하는 안전대책을 보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라'는 식의 일방적 내용이 대부분이다"며 "근로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관리 및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부가 최근 공개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사내 안전대책인 '굿드라이버' 시행 내용. 노조는 사측이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이처럼 근로자 개개인의 안전수칙을 강조하고 이를 어길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일방적인 대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 뉴스1© 뉴스1

실제 포스코가 지난달 6일부터 포항제철소 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포항소(所) 굿드라이버 활동 강화 추진' 내용을 보면, '제한속도 준수' '주간 전조등 켜기' '횡단보도 자전거 내려걷기' '스톱(STOP) 표지판 앞에서 일단정지' 등 개인 안전 수칙을 준수하도록 강조하거나, '과속 위반 차량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내용이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서도 "지난해 12월9일 포항제철소 소결공장 집진기 배관을 정비하던 중 발생한 사망사고는 집진기 가동만 중단됐더라면 노동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고였고, 같은 달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원료항만부도 옆 도로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신호등과 차선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며 "지금까지 포스코가 내놓았던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대책은 포스코의 무능함만을 보여줘 왔다"고 비판했다.

포스코가 안전 개선을 위해 2조3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도 노조는 "30년 이상 노후화한 시설 개선은 응당해야할 일인데, 마치 포스코가 안전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1조3157억원을 투자해 현장의 안전 작업환경을 개선했으며, 지난해 12월에도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향후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과 포스코가 마치 막대한 예산을 안전 개선에 쏟아붓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정작 회사는 세부적인 사용내역을 요구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최 회장이 '기업시민'을 홍보하는데, 사망사고가 연이어 이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나. 최근 회사가 홍보하는 산업재해 대책도 내용을 보면 전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포스코의 '불법파견'이 지속되는 한 사고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 취임 후 끊이지 않고 있는 사망사고의 기저에는 포스코가 어렵고 힘든 일을 사내하청근로자에게 떠넘기면서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한 작업 현장에도 서너개 사내하청업체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8일 사고도 현장이 제대로 통제됐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반복되는 사고에도 포스코는 매번 법의 처벌을 피해왔다.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의 기업살인에 면죄부를 주는 사이, 포스코는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현장통제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실제 3일 광주고등법원은 이달 3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 44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들이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포스코에 원고들을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스코 내 사내하청근로자는 1만8000명에 달한다. 노조는 이들이 포스코의 생산라인 연속공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실질적으로 포스코의 업무지시를 받지만, 포스코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7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와 포스코지회원들이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와 관련, 포스코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포스코는 최근 1년간 포항제철소 원·하청노동자 4명이 산업재해와 돌연사로 목숨을 잃었고 34명이 다쳤다.또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정직·감봉 징계를 8명 받았고, 추가로 12명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며 산업재해 실상을 은폐하고 무더기 징계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2019.7.24/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오는 3월 정기주총서 최 회장 연임안건 상정…노조·시민단체 반대 속 국민연금 찬반여부 관심

금속노조 포스코지부는 오는 3월12일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 연임 저지에 나설 것임을 거듭 밝혔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1.7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며, 시티은행(10.13%), 우리사주조합(1.6%) 등이 주요 주주이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7개 기업에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안건을 발의했고, 7개 기업 중에는 포스코가 산업재해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최정우 회장의 연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지 노동계와 재계 등의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도 국민연금이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는 "노동자의 죽음으로 인한 수익확대가 포스코 회장 연임의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며 "매번 법의 책임에서 벗어나는 최정우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연임이 아니라 법의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정우 회장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앞두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 '포스코의 산재 보고 지연 등 은폐 시도 정황도 일부 포착됐다'며 청문회에서 이를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각은 오전 9시38분이었지만 정작 관할 노동처에는 오전 10시45분쯤 유선으로 신고됐다.

노조 측 비판 등에 대해 포스코 측 관계자는 "시설 개선을 비롯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우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이어져 우리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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