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경부 블랙리스트' 靑 관여 언급했지만..추가 수사 어려울 듯

2021. 2. 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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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1심 판결문에서 청와대의 관여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미 당시 수사팀이 검찰을 떠난데다 향후 검찰 인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가동 시점 등 상황을 고려하면 이 사건 관련 추가 수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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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공공기관 임원 인사 靑 협의 사실 인정
신미숙 양형사유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언급
월성 원전 등 靑 관련 수사 여러 건, 檢도 벅찬 상황
당시 수사 담당자들은 모두 검찰 떠난 상태
공수처 맡을 가능성 없지 않지만 대상·범죄 가능해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법원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1심 판결문에서 청와대의 관여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미 당시 수사팀이 검찰을 떠난데다 향후 검찰 인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가동 시점 등 상황을 고려하면 이 사건 관련 추가 수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부장 김선희)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한 환경부 공무원들이 공공기관 임원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와대와 환경부가 몫을 나눠 특정인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하고, 환경부 몫의 임원에 대해서는 청와대로부터 내정 승인을 받은 뒤 형식적 공모절차를 거쳐 임원으로 임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신 전 비서관의 양형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사표 제출 요구를 제외한 일부 혐의 공모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지위에 비춰 내정자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 결정을 하는 것은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 ‘윗선’의 관여 가능성을 법원이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사건의 추가 수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수사 중인 청와대 또는 현 정권 인사 관련 사건만으로도 검찰로서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및 정권 관련 사건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해 1월 13명 일괄 기소 후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고, 월성 원전 사건은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제동이 걸렸다. 조만간 차장·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돼 있어 일선 수사팀도 바뀔 수 있는데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가 5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 관련 수사를 더 늘리기엔 현실적 부담도 있다.

아울러 당시 수사 담당자로, 이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검사들이 모두 검찰을 떠났다는 점도 검찰로선 곤란한 점이다. 이 사건 수사 당시 지휘부였던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부장검사는 2019년 여름 사표를 제출하고 옷을 벗었다. 특히 권 전 차장검사와 주 전 부장검사의 경우 각각 서울고검 검사, 안동지청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따른 사실상 좌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고, 곧바로 사의를 밝혔었다.

일종의 권력형 부패범죄라는 점에서 공수처가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와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투명하다. 때문에 사실상 초기 수사를 검찰이 맡아야 하는데 아직 공수처 이첩 요청권의 세부 기준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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