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화석연료 때문에 죽는 사람, 연 800만명 이상?

박상욱 기자 2021. 2. 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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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5)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회수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매몰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시간과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결과가 시원찮을 때, 쉽사리 접지 않고 어떻게든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하는 것 역시 매몰비용 때문이기도 하죠.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조금만 더 하면 이 비용을 다 거둬들일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껏 여기에 들인 시간과 돈이 얼마인데' 하는 미련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몰비용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예시가 있습니다. 바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케이스입니다. 단순히 예를 드는 것을 넘어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하죠.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의 정부가 자존심을 걸고 도입한 첫 초음속 여객기가 적자를 거듭하다 결국 탑승자 전원이 숨지는 폭발사고 등을 겪고 나서야 운항 중단을 결정한 일 말입니다.

전 세계 금융기관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좌초자산(Stranded Asset), 화석연료는 대표적인 '콩코드 오류' 사례로 꼽힙니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화석연료 관련 산업과 철강, 시멘트 산업 등을 '좌초위기 산업'으로 치부한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탈화석연료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 동참한 금융·투자기관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자료: 탈화석연료캠페인)

현재 기준, 1308곳의 기관이 탈석탄에 나섰고, 이들이 화석연료에서 회수한 금액만도 14.5조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 돈으로 1경 605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지난해 4월, 연재글에서 이 캠페인을 소개했을 때보다 탈석탄 동참 금융·투자기관 수는 115곳, 액수는 36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해외석탄투자에서 손을 떼지 못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만이 아니죠.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에 가깝게(찬성 225명, 기권 3명, 반대 0명) 통과시켰고, 대통령이 직접 탄소중립 선언까지 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국내 석탄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강행하고 있으니까요.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 밑 빠진 석탄에 계속해서 세금을 쏟아 붓는 상황입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외친 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 석탄 발전소의 건설을 맡은 기업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포스코인 것도. 모든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분명 철을 만드는 데에 석탄을 안 쓰겠다는(혹은 덜 쓰겠다는) 곳이 2050년 이후에도 현역으로 가동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다니, 2050년엔 탄소중립을 이룩하겠다는 정부가 2050년 이후에도 석탄화력발전소를 현역으로 가동시킨다니.

'그래도 석탄발전소가 〈콩코드의 오류〉처럼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니, 석탄발전소는 콩코드 여객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것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국내에선 이 연구 결과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적이 없는 듯하여 이번 주 연재를 통해 전합니다.

(자료: 미 하버드대 공동연구팀)

미국 하버드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버밍엄대, 레스터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9일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숨졌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수치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사망자 가운데 18%, 거의 5명 중 1명은 석탄과 디젤과 같은 화석연료에 따른 대기오염 때문에 숨졌다는 겁니다. 2018년 기준, 그 수는 870만명에 이릅니다.

공동연구팀은 그나마도 중국의 탈석탄 정책 등 대기질 관리 강화로 나아진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2012년엔 그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라는 거죠. 비율로는 21.5%에 달합니다. 이들은 2018년보다 더욱 심각했던 지난 2012년의 사례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PM2.5 농도 (자료: 미 하버드대 공동연구팀)

비록 연구가 진행된 것은 해외였지만 그 내용이 '먼 나라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당장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초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였습니다. 위의 지도에서 붉게 물든 곳뿐 아니라 주황빛인 나라, 지역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한반도인 겁니다.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대기오염 노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수 (자료: 미 하버드대 공동연구팀)

농도만 높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한국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해 우리나라의 14세 이상 사망자 수는 26만 5641명이었는데 그중 8만 962명이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숨졌습니다.

사망자 수만 놓고 보면 일본(128만 4769명 중 24만 2561명)보다 적지만 비율은 30.5%로 일본(18.9%)보다 훨씬 높았고 인도(30.7%)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 국가에서 우리나라보다 비중이 높았던 나라는 인도와 중국(40.2%), 방글라데시(36.5%) 뿐이었습니다.

이 연구논문의 공동저자로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측정하는 새 모델을 만든 조엘 슈워츠 하버드대 T.H. Chan 공중보건대학 환경전염병학 교수는 "우리가 화석연료 연소의 위험성을 논할 때, 우리 대부분은 그 위험을 탄소배출이나 기후변화의 맥락에서만 이야기하곤 한다"며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더불어 배출되는 다른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간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로 화석연료 연소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정량화함으로써 정책 결정자들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되는 이해당사자(시민사회) 모두에게 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디 슈워츠 교수의 바람대로 이 분명한 메시지가 우리 정책 결정자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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