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경이로운 실력, 포르쉐 911 터보 S

2021. 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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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디자인
 -짜릿한 가속감, 완성도 높은 주행 실력
 -다루기 쉬운 전천후 하드코어 스포츠카

 포르쉐 하면 떠오르는 몇몇 단어가 있다. '드림카', '로망'과 같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어휘부터 방패(로고), 개구리(디자인), 풍부한 뒷테(펜더)등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도 하나의 수식어로 정립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리고 핵심에는 '911' 그리고 '터보'가 있다. 911은 오늘날 포르쉐 존재 이유와 같은 플래그십 차종이며 터보는 최상위 트림에 붙이는 단어다. 그만큼 포르쉐 911 터보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스포츠카다. 여기에 출력을 높인 S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포르쉐를 상징하는 최고급 단어들로만 조합한 911 터보 S를 시승했다. 새 차는 코드네임 992 버전으로 앞뒤 인상은 물론 각종 편의 및 안전 기술의 진화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662마력에 달하는 강한 출력과 성능을 온전히 끌어내는 각종 최신 주행기술이 맞물려 도로 위 1등을 자처한다. 911 터보 S의 진가를 살펴보기 위해 키를 건네 받아 강원도 정선 산골짜기로 향했다.

 ▲외관&스타일
 911의 디자인은 한결같다. 귀여운 앞모습으로 시작해 가파른 A필러를 거쳐 트렁크 끝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모습은 70년 넘는 포르쉐 역사 속에 한결같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정해진 틀에서 더 이상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디자인은 신형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신형 911도 마찬가지다. 코드네임 992는 헤리티지를 우선에 뒀다. 1970년대 중반 선보인 930 터보나 90년대 초반 등장한 964와 같은 클래식한 멋을 잘 계승했다. 보닛에 생긴 깊은 주름과 한층 볼록해진 헤드 램프와 펜더가 대표적이다. 예전 901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LED 매트릭스 기능을 넣은 PDLS 플러스 헤드 램프는 속 구성을 바꿔 또렸해졌다. 아래에 여러 줄의 선은 예쁜 속눈썹을 보는 듯하다.

 터보 S답게 일반 911과는 다른 디자인 변화가 눈에 띈다. 범퍼에 붙은 방향지시등은 한층 두꺼워졌고 가운데에는 차체 컬러와 동일한 격벽을 마련했다. 한층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정교한 인상을 심어준다. 아래에는 틸트 형식의 에어플립을 갖춰 필요에 따라 활성화 할 수 있다. 고속에서 최대 100의 다운포스를 만들어주는 신기한 기술이다. 

 옆은  터보만의 두툼한 에어덕트가 눈에 들어온다. 모든 공기를 다 빨아들일 것 같은 큼직한 구멍과 주변을 감싼 진한 캐릭터라인도 포인트다. 앞 20인치, 뒤 21인치 휠과 안쪽에 자리잡은 브레이크 시스템은 존재감을 키운다. 참고로 세라믹 브레이크는 앞 420㎜, 뒤 390㎜의 디스크 사이즈를 자랑하며 캘리퍼는 앞 10피스톤, 뒤 4피스톤 조합이다.

 최고의 디자인 요소로 꼽히는 펜더는 더 넓어졌다. 실제로 전면 차체 너비는 45㎜ 늘어난 1,840㎜, 후면은 20㎜ 늘어난 1,900㎜다. 트랙은 프론트 액슬을 42㎜, 리어 액슬을 10㎜ 넓혔다. 양쪽에 그럴싸한 테이블 하나씩 생긴 셈이다. 펜더를 활용해 테이크 아웃 커피 올려놓고 담소를 나눠도 될 정도다. 

 뒤는 일반적인 911과 차이가 명확하다. 스포일러는 위치가 높아졌고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들어올린다. 냉각핀에 붙어있던 세로형 보조제동등은 스포일러 바깥에 가로로 옮겨 달았다. 이 외에 클래식한 911 터보 S 레터링은 오너의 자부심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번호판 위치도 살짝 높아졌다. 

 아래쪽에는 중앙과 양 끝에 각각 공기통로를 크게 뚫어 열 배출에 힘을 더한다. 911 터보 S는 양쪽에 두 개씩 사각 배기구가 기본이다. 시승차는 스포츠 배기를 선택으로 넣어 타원형의 대구경 머플러를 장착했다. 

 실내는 일반적인 911과 동일하다. 터보 S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다. 두 개의 디지털 스크린을 갖춘 계기판과 중앙에 위치한 엔진회전수 아날로그 바늘은 911의 과거와 현재를 잘 보여준다. 또 와이드 모니터는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해 편의성을 높였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가변 배기와 PDCC 등 핵심 버튼을 토글 방식으로 모았다. 

 아래에는 단조로운 송풍구를 비롯해 공조장치 및 볼륨 버튼을 배치했다. 터치와 물리적 조절 방식을 적절히 섞었다. 스티어링 휠은 버튼을 최소화했다. 휠 한쪽에 붙은 운전모드 다이얼도 실용적인 모양새다. 왼쪽에 위치한 시동버튼 키(더미키를 마련해 키를 꽂아 돌리지 않아도 됨)와 기본으로 들어간 크로노 패키지 등은 이전과 같다.

 공간활용성은 이전보다 한결 낫지만 여전히 스포츠카의 한계가 드러난다. 센터터널에 마련한 한 개의 컵홀더와 콘솔박스 안쪽에 자리잡은 USB 단자로 위안을 삼는다. 도어포켓은 고정형으로 바뀌었지만 앞뒤로 두 개의 공간을 뒀다. 부피가 작은 지갑이나 휴대폰 정도 수납이 가능하다. 911을 상징하는 2+2 시트 구조는 기본이다. 뒷좌석에 성인이 앉아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앞쪽 트렁크는 제법 깊어 쓰임새가 높다. 포르쉐 로고 주변을 쓰다듬으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린다.

 ▲성능
 911 터보 S는 수평대향형 6기통 3.8ℓ 박서 엔진을 얹어 최고 662마력, 최대 81.6㎏·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터보 전용으로 설계한 8단 포르쉐 더블 클러치를 조합했다. 0→100㎞/h 가속시간은 고작 2.7초이며 최고속도는 330㎞/h다. 구동계는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채택했다. 토크 배분을 최적화해 앞바퀴에 최대 51.0㎏·m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무시무시한 터보 S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스로틀 반응도 여유롭고 엔진 회전수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렁찬 소리만 조금 들릴 뿐 662마력짜리 차라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기본적인 서스펜션 반응은 딱딱하지만 넉넉한 댐핑값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최대한 구현했다. 

 도심 속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이다. 선택품목인 능동형 크루즈컨트롤을 활성화하면 장거리 크루징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겠다.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해 바람소리도 거의 안 들리며 실내에는 보스 오디오의 음악만 귓가를 울릴 뿐이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렸다. 엔진회전수가 400rpm이상 올라가며 조금 더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변속 반응도 한결 빨라졌고 단단하게 하체를 조여 달릴 준비를 마친다. 조금씩 차가 가진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고 시원스럽게 내달린다. 운전자가 예상한 속도보다 훨씬 높은 숫자가 찍혀있다. 고속 안정성이 수준급이어서 같이 달리는 차들이 느려 보일 정도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경험을 마치고 운전 모드를 바꿔 클라이맥스에 다가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터보 S의 진가가 드러난다. 가속페달에 발을 놓기가 무섭게 차는 튀어나간다. 몸이 시트에 파묻히고 머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뒤로 쏠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 사물이 사라지고 시야는 좁아지며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미친 듯이 널뛰는 엔진회전수 바늘만 살짝 보일 뿐이다. 오버부스트를 사용하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흥분과 매력을 발휘한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주고받는 하모니는 유명 오케스트라 수준의 황홀한 음색을 드러낸다. 때로는 공명음조차 호감 가는 소리로 들린다. 특히 레드존을 향해 다가가면서 커지는 소리가 예술이다. 전투기 이륙할 때 나는 사운드가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데 실제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측면 에어덕트와 어우러져 진짜 전투기를 모는듯한 기분이 든다. 

 AMG나 SVR처럼 무작정 큰 소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우렁차며 걸걸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옛 911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브랜드 정체성을 심어주기에도 이만한 게 없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나올 신형 GT3가 어떤 무지막지한 소리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고갯길에 진입했다. 다시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스티어링 휠을 단단히 움켜 쥐었다. 와인딩로드에서는 변속기와 섀시의 승리다. 포르쉐 기술의 정점을 보여줄 수 있는 PASM(포르쉐 액이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PSM(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 PTV(포르쉐 토크 백터링),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등이 조화를 이뤄 차를 완벽하게 이끈다. 그리고 핵심에는 PDCC(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가 있다.

 PDCC는 가변 안티롤 바가 코너를 돌 때 차의 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장치다. 주행모드 세팅을 통해 조정 가능하며 별도의 버튼도 마련해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PDCC는 차의 움직임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롤을 허용하거나 차가 미끄러져 궤적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 정확한 값으로 말끔히 곡선을 재단하며 코너를 통과한다. 

 속도를 높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운전의 즐거움과 짜릿함을 넘어 경이로운 마음까지 들 정도다. 또 어안이 벙벙하며 허탈감과 헛웃음도 나온다. 불규칙한 와인딩에서 이 정도이니 매끄럽고 예리한 컨트롤이 필요한 서킷에서는 능력치가 더 올라갈 듯하다.

 8단 PDK 변속기도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찰나에 움직이는 빠른 반응과 한 치의 오차없이 맞물리는 변속감이 일품이다. 조금의 지체도 없다. 패들시프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어느 순간에 변속이 이뤄졌는지 모를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여 출력 손실을 막는다. 빠른 코너 공략이 가능한 데에는 타이어도 한 몫했다. 앞 255㎜/35/20인치, 뒤 315㎜/30/21인치의 타이어는 바닥에 끈끈하게 들러붙어 섀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PCCB로 불리는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드 브레이크는 상황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차를 멈춰세운다. 날카로운 갈고리로 땅을 내려 찍는 기분이다. 온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주변 모든 사물일 일시정지되는 기분이다. 빨리게 달리던 속도를 감안하면 공학적으로 가능한 수치일까 의심도 들 정도다. 그 정도로 PCCB는 터보 S 와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안정감을 높인다.

 ▲총평
 포르쉐 911 터보 S는 슈퍼카 잡는 스포츠카다. 엄청난 가속성능을 바탕으로 공도 위에서 최고를 자처한다. 또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브랜드 최상의 기술력이 맞물려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운전 모드만 돌리면 순식간에 중형 세단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도 구현한다. 

 슈퍼카보다 유지 보수 비용도 저렴해 전천후 차로 손색없다. 과거에 대한 헌신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궈낸 디자인, 헤리티지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추가요소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가격과 이에 걸맞는 가치로 무장한 911 터보 S는 만인의 드림카로 손색없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2억7,430만원이며 몇 가지 안전, 편의 품목을 선택으로 넣은 시승차는 2억9,1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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