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아르헨 고도성장 이끈 메넴 前대통령 별세
1989~1999년 집권한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향년 90세.
AP·APF통신 등에 따르면, 메넴 전 대통령은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병원에서 요로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메넴 전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건강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메넴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사흘 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메넴 전 대통령은 1990년대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는 그가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공(功)보다는 경제 양극화와 높아진 실업률, 범죄 증가와 부정부패 등 과오가 크다는 평가도 많다.
시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 법조인이었던 메넴 전 대통령은 일찍 정계에 입문했다. 두 차례 주지사를 지낸 그는 1989년 대선에서 페론당 소속으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1999년까지 10년 간 대통령을 지냈다.
메넴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대대적 국영 기업 민영화, 가격 통제 정책 폐기 등의 정책을 폈으며, 외국 투자 유치에 힘쓰고,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을 1대1로 고정하는 페그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취임 초 연간 4000%대에 이르던 인플레는 1%대로 떨어졌다. 빈사 상태였던 경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중남미 경제위기도 비켜났다. 외교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이후 단절됐던 영국과의 국교도 부활시켰다. 임기 중 중임 개헌을 여야 합의로 이뤄내는 등 정치적 치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집권 후반에는 급격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민들은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에 시달리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고평가된 페소화로 인해 수출 부진이 초래됐다.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메넴 전 대통령 집권 후반부터 심화된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는 2001년 대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졌다.
메넴 전 대통령은 횡령 등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고, 불법 무기 거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메넴 전 대통령은 2001년 70세의 나이에 미스 유니버스 출신 인기 연예인 세실리아 볼로코(당시 36세)와 재혼했다가 10년 뒤 이혼하기도 했다.
메넴 전 대통령은 199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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