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나간다" vs "더는 힘들다"..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진퇴양난'
[앵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3차 유행이 정점일 때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제도가 있죠.
서울시가 한 구립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했는데, 이곳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병원 옮기기를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해당 요양병원 측도 감염병 치료는 전담병원에서 하는게 맞다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지난 1년간 코로나 환자를 돌봐온 감염병 전담병원 간호사들은 더 이상은 힘들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석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구립요양병원.
환자 보호자들이 강제로 퇴원할 수 없다며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김용국/환자 보호자 : "어머님께서 뇌경색 1급인데, 다른 요양병원 가봐야 치료도 안되고 받아주는 데도 없고 갈데도 없습니다. 요양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이에요. 환자분들 상태 알면 절대로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병원은 서울에서 유일한 공공 요양병원으로 지난해까지 27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병원과 공공병원, 자원하는 병원 등을 우선 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됐습니다.
문제는 병상에 여유가 있는 다른 요양병원을 찾는 건 환자들 몫이라는 겁니다.
[장문주/행복요양병원장 : "(서울시로부터) 125개 요양병원 리스트를 받았습니다. 환자 보호자가 각 병원에 다 연락을 해서, 환자 상황에 맞는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강남구 같은 경우는 (노인환자가) 입원 가용한 병원은 3개 정도 되는데 병상 수는 40여 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되면 기존의 의료진들이 그만둘 수 있다는 점도 우렵니다.
감염 위험에다 업무강도도 세지기 때문입니다.
[행복요양병원 의료진 : "(요양보호사는) 코로나 환자를 받게 되면 모두다 다른 병원 가겠다. 100% 다 사직하겠다. 간호사도 설문조사 했을 때 95%는 근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코로나에 감염된 요양병원 환자를 돌봐온 기존의 전담병원 의료진들은 이미 지난 1년간 지칠대로 지쳐 한계가 왔다며 인력 충원을 요구합니다.
정부가 파견 인력을 지원했지만 기간도 짧고 숙련도도 떨어져 현장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은/간호사/보건의료노조 서남병원지부장 : "작년 2월부터 코로나 전담 병원이 됐어요. 요양 환자들이 오시게 되면 24시간 내내 이 환자에게 붙어 있어야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계속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인력을 달라는 거예요."]
서울시는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대체 의료진을 투입해서라도 해당 병원을 감염병 전담 요양 병원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기회에 전담 요양병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 박장빈/영상편집:안영아
석혜원 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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