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맞서는 네이버 '로켓정산'..정산주기 더 빨라진다
'SME와 상생' 방점 찍은 네이버..쿠팡은 '구매자 중심' 정책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네이버가 쿠팡의 핵심병기인 '로켓배송'에 맞서 '로켓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로켓배송이나 무료반품 등 구매자 중심 정책을 내세워 국내 이커머스(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온 쿠팡에 대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집중된 중소사업자(SME)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빠른 정산 서비스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기존 판매대금의 90% 선정산을 100%로 늘린다거나, 영업일 기준이 아니라 주말까지 포함해 현재 빠른정산 서비스 수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기술적 부분까지 포함해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베타 서비스로 선보인 스마트스토어 빠른 정산은 3개월 연속 매출액 월 100만원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스마트스토어 국내 사업자에게 판매대금의 90%를 한도 제한 없이 무료로 정산해왔다. 현재 네이버는 판매대금 10%는 구매확정 다음날 지급한다.
◇ 아마존·쿠팡보다 빠른 네이버 정산
네이버파이낸셜이 지금 시행 중인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 서비스는 기존 '배송완료 이틀 후 정산'에서 하루 더 앞당긴 것으로, 판매자는 구매자의 주문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약 4.4일 후면 판매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다.
빠른 정산이 아닌 스마트스토어 일반 정산 시스템은 구매자의 구매 확정 다음날 판매대금을 정산해준다. 통상 구매자 결제 후 정산까지 약 9.4일이 소요된다.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은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이커머스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빠르다.
통상 아마존은 구매확정 이후 5영업일, 알리바바 산하 알리익스프레스는 구매확정 이후 1영업일에 정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매확정은 배송완료를 받고 이뤄진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은 구매확정 후 2주 뒤에, 싱가포르와 일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국적 오픈마켓인 '큐텐'은 배송완료 후 약 15일 만에 정산한다고 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네이버와 양분하고 있는 쿠팡 역시 판매정산 기간에선 네이버보다 뒤처진다.
쿠팡의 판매자 정산은 '주정산'과 '월정산' 유형으로 나뉘는데, 통상 구매확정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약 15일에서 판매대금 100%를 최종 지급받기까지 최대 90일까지 걸린다.
◇ 'SME와 상생' 방점 찍은 네이버…쿠팡은 '구매자 중심' 정책
업계에선 네이버와 쿠팡 두 업체가 정산 기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로 사업 전략의 차이를 꼽는다.
먼저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자사 플랫폼 파트너인 SME와 상생에 방점을 찍고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광고·수수료 수익으로 먹고사는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로서 실물 재화를 손에 쥔 SME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한 데다, 배달의민족이나 카카오모빌리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플랫폼과 SME 간 갈등은 관리가 필요한 리스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빠른 정산 서비스 이외에도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문턱을 기존 3개월 연속 매출 월 100만원에서 월 50만원으로 낮춰 신청 가능 대상자를 40% 늘리기도 했다.반면 쿠팡은 최저가 매칭 시스템이나 주문 다음날 배송되는 로켓배송, 무료반품 등 구매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정된 자본을 '선택과 집중'해 써야 한다면 쿠팡의 경우 판매자보다는 구매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판매자 정산 정책을 마련했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쿠팡이 네이버와 같은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직매입 거래가 혼재된 사업 구조란 점도 다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배송부터 환불, 반품 등 고객만족(CS) 업무를 모두 진행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며 "정산기한을 앞당기는 경우 그만큼 자금 운용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데이터'로 불량판매자 걸러낸 FDS 활용
기술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네이버가 최근 정산 주기를 앞당길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스마트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축적해온 자체 데이터로 불량 판매자를 걸러내는 위험탐지기술(FDS)을 활용하면서다.
매출액을 올리기 위해 스스로 물건을 구매했다가 반품하는 불량 판매자는 빠른 정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걸러내는 식이다.
FDS의 주요 평가 항목은 사업 지속기간이나 매출 변동율, 구매고객 변동율 등을 평가하는 '거래 변동성'과 불량 판매자, 자전거래 여부, 반품률, 비정상 거래 여부 등을 보는 '거래 위험성'이다.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가 FDS를 운영하고 있는데 FDS 기술을 고도화해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데 활용한 건 네이버가 최초다. 빠른 정산이 진행된 이후 반품으로 거래가 취소된 경우와 같은 리스크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감당한다.
◇ 중소기업 애로요인 39% '자금조달 곤란'…로켓정산법 발의도
정산 주기는 SME의 가장 큰 고충인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해 주는 유효한 수단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이 꼽은 애로요인으로 '자금조달 곤란'(38.6%)이 내수부진(80.4%) 다음을 이었다. 특히 '소기업'과 '매출액 5억 미만'에선 자금조달 곤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발간한 'D-이커머스 리포트'에 따르면 퀵에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판매대금을 정산 받은 SME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정했을 때보다 매출 성장률이 157배 증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수는 41만곳을 기록, 그중 월 거래액이 1억원 이상인 판매자는 4000곳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정산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 등 대규모 유통업자가 직매입 거래를 한 경우 상품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로켓정산법'을 발의했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산대금 지급 지연 등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벌점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생협력법을 대표 발의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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