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추적하는 애플, 삼성은 '곤충 눈'..VR서 맞붙을까
[편집자주] 페이스북이 출시한 VR(가상현실)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전세계 VR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가격장벽을 낮추고 성능을 대폭 개선하면서 올해 1000만대 판매 전망이 나온다. 이에 자극받은 애플과 삼성 역시 VR기기 출시를 추진중이어서 VR시장 주도권 경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일상화한 가운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VR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짚어본다.
◇8K 디스플레이, 12개 카메라…초고사양 VR 나올까
눈과 손, 손가락 등을 모두 추적하는 애플 VR헤드셋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처럼 MR(혼합현실)까지도 구현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R은 현실 공간을 차단하는 VR이나 실제 공간에 가상영상을 덧씌우는 AR(증강현실)과 달리 사용자가 서 있는 공간에서 손동작이나 음성, 시선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상 영상을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애플의 VR헤드셋은 기존 헤드폰 에어팟 맥스에 쓰인 메쉬 소재와 교환 가능한 머리띠, 얼굴에 부착되는 슬림하고 구부러진 바이저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커는 에어팟 프로에서 제공하는 공간감 오디오 기술을 지원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VR 시장 다시 뛰어들까
삼성전자의 대응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VR 헤드셋 '오디세이+'(플러스) 이후 새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매년 새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에 맞춰 내놓던 '기어 VR'도 2019년 출시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9월에는 VR 관련 서비스를 모두 종료했다. 사실상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VR 관련 특허를 새로 취득하면서 시장 재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특허청에 '갤럭시 스페이스'라는 VR 헤드셋 브랜드로 추정되는 상표를 등록했다. 지난달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부속기관인 헤이그국제디자인시스템에 MR 헤드셋과 컨트롤러 관련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획득한 기기 특허를 보면 제품 전면은 곤충 눈을 연상시킨다. 다소 독특한 전면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기존 VR 헤드셋과 비슷한 형태다. PC 없이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독립형 기기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VR·AR 관련 기술 개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단말이나 서비스 출시 계획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국내 유력 제조기업들은 이미 VR을 포함하는 가상융합기술(XR)을 산업 현장에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LG화학·한화토탈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는 2019년 12월부터 VR 기술로 자동차 개발과 생산의 전 과정을 혁신하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설계 검증과 디자인 품평은 물론 주행 검증도 가상 환경에서 가능한 시스템이다.
예컨대 디지털 데이터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을 구축해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할 수 있고, 가상의 주행 환경에서 실물 자동차가 검증하기 어려운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해 완성도를 높인다.
현대차의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빛을 발했다. 대면 회의와 품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전세계 디자인센터 직원들이 아바타로 가상공간에 모여 협업했다. VR 헤드셋을 낀 디자이너들은 여러 대의 신차 디자인과 차량 색상, 재질을 손짓 한 번에 바꾸고 부품 위치를 조정한다.
LG화학도 2018년 충남 대산공장에 세계 최초의 VR 안전체험센터를 만들어 사고 예방에 활용한다. VR 헤드셋을 활용하면 생산 현장과 동일한 3D 가상현실에서 안전사고를 체험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받을 수 있다.
한화토탈 역시 대산 석유화학 공장 정기 보수에 스마트글라스를 도입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3~4년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노후 설비를 교체하거나 공정을 개선하는 정기 보수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해외 전문가 입국이 여의치 않자 VR 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점검했다. 한화토탈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환경 트레이닝에서 VR 기술을 도입해 적잖은 효과를 보고 있다.
VR 기술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개화한 비대면 시대에 기업 업무 활동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코트라 미국실리콘밸리 무역관의 이지현 스페셜리스트는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에는 인간 상호작용에 기반한 일대일 소통과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여의치 않다"며 "가상세계에서 풍부한 표현력은 물론 심리적 공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VR이 비대면 기술로 급격히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지난해 2월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장면은 전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VR(가상현실) 기술로 세상을 등진 딸과 엄마,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을 실현시켰다.
유족의 의사를 반영해 제작한 콘텐츠인만큼 심정적 위안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각에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상업 방송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 윤리적 측면에 타당한 가에 대한 지적도 있다. 고인을 미디어로 소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 심리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고인 소환한 VR 콘텐츠 대중화 돌입...망자 '잊힐 권리'는='너를 만났다'는 지난 2월 시즌1에 이어 지난달 시즌2를 시작했다. VR 기술로 재회한 가족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뜨거운 호응 덕에 VR은 '선한' 디지털 기술로 각광받으며 휴머니즘을 가미하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 VR(가상현실) 콘텐츠 대중화의 시작점인 셈이다. 실제 시즌1은 지난해 12월 열린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시상식에서 TV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글로벌 판로를 뚫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망자를 부활시키는 VR 콘텐츠의 대중화, 상용화에 앞서 윤리적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잊힐 권리'의 차원에서 대상이 망자일 경우 개인의 초상권을 복원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것이다. 가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망자가 사후 본인의 콘텐츠가 방송에 공개되길 원하지 않았을 수 있어서다. 가슴속, 기억에 묻은 망자를 상업적 VR서비스로 복원시키는 것은 도리어 망자를 소환한 이들에게 정신, 심리적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사망한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잊힐 권리를 택한 대표적 예다. 타계한 스타들이 콘텐츠로 부활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유서에 자신의 생전 모습을 2039년까지 어떤 영역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VR 연구자인 류은석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이미 기술적으로 고인과의 쌍방향 소통뿐 아니라 고인의 사소한 표정·습관, 대화 스타일 등까지 재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VR 복원이 유족이나 망자의 잊고 잊힐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VR로 복원된 망자 만난 유족…일시적 효과 있지만 후유증 우려도='너를 만났다'는 당초 세상에 남겨진 이들이 고인에게 못다한 말을 VR을 통해 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일종의 심리 치유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 VR은 심리 치료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료계에서는 VR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엘리베이터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에 못 타는 사람에게 HMD로 에펠탑 엘리베이터를 타는 VR 영상을 보여주면서 가상현실 속에서라도 조금씩 올라갈 수 있는 시간과 높이를 높여가는 식이다.
다만 망자를 소환했을 경우는 좀 다르다는 지적이다. 유족들이 VR을 통해 망자를 재회하면서 일시적으로 슬픔을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향후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현태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돌아가신 분을 만나고 싶어서 만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애도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유족이 생활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며 "VR로 고인을 복원하는 것이 상업화되고 보편화될 경우 이런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지수, 이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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