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규제규제규제..속도 내는 국회에 한숨만"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유통업계가 설 연휴 직후부터 국회에 산적해 있는 각종 규제 법안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2월 중으로 온·오프라인 유통 관련 규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각 소위 회의 등 의사일정을 이번 주부터 재개한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법안 통과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26일까지 정치권 설득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일사천리…업계 "혁신 저해"
가장 관심을 끄는 법안은 이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근절을 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16~17일쯤 각 상임위 회의를 열고 법안에 대한 상정 및 의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은 유통법의 '온라인판'이라 할 수 있다. 사업자와 입점업체간 계약서 작성시 필수사항 기재를 의무화 하고,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구체화 한 것이 골자다.
계약서 필수기재 사항은 Δ서비스 내용 및 대가 Δ서비스 개시·제한·중지·변경 사항 Δ상품 노출(검색 순위) 기준 Δ손해 분담 기준 등이다. 거래상 지위 남용, 즉 '금지행위'는 Δ재화나 용역 구입 강제 Δ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전가 Δ부당한 거래조건 설정 및 변경 Δ경영활동 간섭 등이다.
플랫폼 업체가 이를 어길 경우 위반 금액의 최대 2배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위반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는 최대 10억원까지 부과된다.
적용 대상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 또는 판매금액(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구글과 네이버·카카오·쿠팡·G마켓 등 이커머스, 우아한형제들 등 배달앱은 물론 다수의 스타트업 업체 등 20~30개 기업이 해당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통정리'는 다소 필요한 상황이다. 소관 상임위(부처) 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안을 비롯해 현재 5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관련 업무를 공정위에서 담당할 것인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맡을 것인지에 따라 국회 소관 위원회도 달라진다. 공정위는 국회 정무위에서,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선 법안의 각 내용과 처리 향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복규제' 또는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다. 이미 방통위 소관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관련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해외 기업의 경우 '사각지대'로 인해 제재를 피해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또 스타트업도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상품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특유의 검색 알고리즘이 공개될 수 있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업계가 우려하는 중복·과잉 규제로 산업의 혁신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와 충실히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감자' 유통법, 2월 국회서 처리되나…업계는 '실효성' 우려
유통산업발전법은 21대 국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총 16개에 이른다.
앞서 일몰시한이 임박했던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 조항을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바 있다. 나머지 15개 법안들은 모두 산자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22일쯤 소위 회의를 열고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들은 의무 휴업 규제 대상 업종이나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것이 복합쇼핑몰도 휴업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이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복합쇼핑몰은 물론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대표발의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형 식자재마트를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마트 근로자에 대한 복지향상을 위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가 명절에는 휴업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정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형마트 신규 입점이 불가능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현행 전통상점가 경계 1km 이내에서 '20km 이내'로 대폭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서는 법안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오프라인 업계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더해질 경우 되레 '동반 고사'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상생' 노력에도 반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대표적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의 경우, 입점 업체 중 60~70%가 중소·영세 상공인이다. 정부·정치권의 규제가 역설적으로 중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유통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분위기지만 규제 대상·방법 등 각론에 대한 의견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개원과 함께 유통법 개정안이 수두룩 쏟아졌지만, 처리된 법안은 1건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4일 열린 산자위 중소벤처기업소위 회의에서도 유통법 개정안들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빠른 논의와 처리를 당부하는 의원들의 발언만 오갔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오늘 이 법을 다루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며 "여러 가지 물리적 한계가 있었지만 다음번에는 깊이 있게 검토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철규 소위원장은 이에 대해 "유통법은 다음 기일에 충분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쟁점이 있는 법안들은 타협과 대화를 통해 대인이 도출될 수 있게끔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답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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