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에게 듣다]② 성명재 "與 주장 이익 공유제, 표적 과세로 악용될 수 있어"
"법인세율, 유럽국가 말고 亞국가와 비교하라
증세는 시간의 문제일 뿐 필수
면세점 낮춰 면세자 줄이고 과세자 늘려야
상속증여세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돈을 벌은 기업에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정책일 순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아요. 팬데믹으로 돈을 더 벌었다는 건 어떤 기준에서 판단할 수 있죠?"
올해 4월 신임 한국재정학회장으로 취임하는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에서 추진되는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한시적 법인세 인상 방안에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영국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로 수익이 급증한 기술 기업에게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더불어민주당이 비슷한 논리로 도입을 주장하는 ‘이익 공유제’에 대해서도 "한시적 법인세에 대한 의견과 동일한 논리로 반대한다"면서 "(이익 공유제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정책일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사업의 성패는 실력 뿐 아니라 운이 작용하는 것이 기본 원리"라면서 "다른 시기에 운을 잘 타 성공한 사업들에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만 유독 사업 이익을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시적 법인세 인상, 이익 공유제 모두 정치권 등에서 봐주고 싶은 기업은 봐주고, 아닌 기업은 표적 과세하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성교수는 "한국의 법인세율은 우리가 실제로 경쟁하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전혀 낮지 않다"며 "정부는 세율은 높이면서 비과세 감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실제 걷어들이는 세금이 대폭 늘어나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기업들의 투자 유인도 없애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국가들은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보다는, 아시아 국가들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 수준을 논할 것이 아니라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적정 수준을 판단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성 교수는 이런 실질적인 경쟁 대상 국가들을 생각했을 때, 법인세율을 더 높인다면 국내 투자 수요는 위축되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한국 재정학계의 대표적인 증세론자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재정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국채를 찍어 재원을 조달하면 결국 미래 세대가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성 교수는 "증세는 시간의 문제일 뿐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연소득 10억원 이상 과세 구간을 신설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 올린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한국은 면세점이 지나치게 높아 과세 대상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면서 "중간 소득 계층이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면세자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최고소득층이 부담하고 있는 세율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상태이므로, 중간 소득 계층에 걷는 세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면세점을 낮춰 과세자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도입하게 된다면, 그 정치 세력은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면세점 축소가 필요하지만 조세 저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현재 소득세 체계를 상당기간 유지해, 물가가 상승해 자연적으로 면세점이 낮아지는 효과를 내는 게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베네핏(이익)만 논할 뿐, 들어가는 ‘코스트(비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하면 현세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마련하면 다음 세대가 부담을 진다"면서 "4차 지원금까지 나온 마당에 앞으로 5차, 6차, 7차 지원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자영업자 등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 지급 등 ‘지원금 지급 만성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런 정책들이 소비를 진작하는 효용은 낮은 정책인 반면 재정 적자 증가 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 그래도 빠른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국가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판이다.
성 교수는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80년대에 65% 수준이었는데, 현재 250%를 넘어섰고 불과 30년만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서 "우리는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기에 증가 속도를 조절하지 않는다면 15년 안에 국가재정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국채 대부분을 내국인이 갖고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외환위기를 겪을 위험도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현재처럼 고소득자나 법인의 세율을 올리는 방식이 아닌 저소득층에 대한 핀셋 재정 지원이 재분배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세금은 무차별적으로 걷고, 재정지출은 지원이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지금은 세금을 차별적으로 걷으면서도, 보편 지원을 하려고 하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학점을 매겨달라는 질문에 성 교수는 "직접적으로 어느 수준의 학점인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만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세, 재산과세 등 정부가 펼치는 정책이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는 측면을 비판했다. 성 교수는 "재산과세는 지방공공재, 지방공공서비스 공급에 대한 지방세로서 기능하도록 하는게 적절하다"며 부동산시장 규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왜곡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근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논란이 된 상속증여세 역시 궁극적으로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소득세를 과세하는 상태에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세대 간 ‘자산의 이전’을 원활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성 교수는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짧아 윗 세대의 자산이 아래 세대로 이전되는 것이 쉬웠다"면서 "상속증여세 폐지는 젊은 세대에 부를 이전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될 것"이라고 했다.
◇성명재 교수는
성명재 교수는 올해 4월부터 한국재정학회장으로 취임해 재정학회를 이끈다. 1982년 출범한 한국재정학회는 재정학과 공공경제학 분야의 대표 학술단체다. 성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계량경제학과 재정, 수리경제학 전문가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1964년 출생
▲198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경제학 박사
▲2013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8년 홍익대 경제학부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2013~)
▲한국재정학회장(2021년 4월~)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