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포스트 코로나 앞두고 기업들 로봇 도입 잰걸음

권오은 기자 2021. 2. 15.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005490)광양제철소는 설비 내 이물질을 찾아 제거하는 AI(인공지능) 로봇을 최근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철판을 코팅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발생하면 직원들이 직접 제거했다. 포스코 측은 반복 학습이 계속되면 작업 효율이 계속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GS건설(006360)은 미국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팟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달아 유해가스를 감지하는 등 안전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000720)은 페인트를 칠하거나, 벽돌을 쌓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작업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사고가 잦은 업무에 로봇을 투입할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장 폐쇄까지 경험하면서 단순 반복업무는 로봇으로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이물질 제거 로봇. /포스코 제공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른바 ‘산재 청문회’ 대상 기업 9곳 모두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거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 안전 교육만으로는 사고 예방이 어려운 상황에서 로봇에 위험 업무를 맡기려는 것이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건설(GS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택배(쿠팡·롯데글로벌로지스·CJ대한통운(000120)), 제조(LG디스플레이(034220)·현대중공업·포스코) 기업 대표들을 오는 22일 불러 산재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기로 했다.

산재 사고가 많은 건설·철강기업들은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위험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하거나 로봇으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생산성 증대와 함께 사고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AI제철소’, 현대제철(004020)의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등도 같은 목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을 도입할 때 생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안전에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산재사고가 잦은 현대중공업, 고용노동부가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원청사업장으로 규정한 삼성중공업도 ‘스마트 조선소’에 투자하면서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이 도입한 4족 보행 로봇인 ‘스팟'. /GS건설 제공

택배업계 역시 무인 분류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택배기사 과로사 논란’ 이후 이른바 까대기라고 하는 분류 작업이 과로 원인으로 꼽혔는데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상·하차 작업과 적재까지 할 수 있는 AI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업무 지속성을 위해서 로봇을 도입하기도 한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선적·하역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항만의 경우 무인 자동화 전환 속도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무인화를 지향해 온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나 중국 양산항은 컨테이너 처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 했다.

글로벌 선사들 역시 만성적인 선원 부족 문제를 스마트십으로 전환해 해결하려는 추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 내 선원이 20명 안팎인 수준에서 단순히 인건비 때문에 무인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물류를 움직여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 도입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로봇 운용대수는 2018년 30만대로, 2000년보다 8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세계 전체의 산업용 로봇은 3.2배 증가했다. 로봇 도입은 중대재해법 도입과 코로나 사태와 맞물리면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단순 노무직의 고용유지나 재취업은 사회적 과제로 남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8일 한국개발연구원과 함께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자동화될 가능성이 70% 이상으로 큰 일자리의 비중은 10%"라며 "급격한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사회안전망 구축과 소득·재고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