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본 '억' 소리 나는 TV..삼성·LG, 저변 확대 나선다

김양혁 기자 2021. 2.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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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3월부터 1억7000만원 TV 출고
LG, 1억원 TV 열흘에 한대 이상 출고
삼성·LG 경쟁은 글로벌 출시부터

삼성전자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지난해 연이어 내놓은 1억원대 초고가 TV의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저변 확대에 나선다. LG전자의 시그니처 올레드 R은 국내 출고에서 순항 중이며 삼성전자 역시 지난 1월까지 한 달 동안 받은 110인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사전예약분을 3월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이 제품들은 회사별 초고가 소비자용 TV이자, 회사 기술력의 집약체로, 판매량은 곧 ‘자존심’과 직결한다. 양측의 본격적인 경쟁은 해외 출시 이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 지난해 1대당 1억원 TV 내놓은 삼성·LG…"시장 수요 확인"

15일 삼성전자와 복수의 삼성전자 전시장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받은 110인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출고는 3월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12월 10일 공식 출시 후 약 3개월 만이다. 현재 주문을 해도 4~7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시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의 출고가는 1억70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가정용 TV 제품군 중 최고가다. 출시 당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현존하는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TV다"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가 스스로 빛과 색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같은 구조가 필요 없는 자발광 TV다. 소재가 자발광한다는 점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비슷하지만 무기물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무기물은 유기물과 달리 수명(10만 시간)이 더 길어 화면을 꺼도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 등에 대한 우려 없이 좋은 화질로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제품에는 약 3.3㎡ 크기에 RGB(적·녹·청)색을 내는 마이크로 LED 소자가 800만개 이상 사용돼 4K 고화질급 해상도를 갖췄다.

LG전자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 /LG전자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의 출고를 이미 진행 중이다. 제품 출하가는 1억원에 달한다. 생산부터 품질 검사까지 명장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데, 이는 명품 시계, 고급차 등 초고가 명품을 생산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크기는 65인치로,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만의 압도적 화질을 구현한다고 LG전자 측은 설명한다. 롤러블 TV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내구성 시험을 위해 말았다가 펴는 과정을 10만번 진행했다. 하루 30번 정도 TV를 말았다가 편다고 가정하면 약 10년까지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LG전자는 현재까지 출고 대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부에서 판매 실적 평가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 후 열흘에 1대 이상씩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1억원대 TV가 10일에 1대씩 팔리고 있다는 것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 초고가·기술집약체 TV 본격 경쟁 3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억원대 TV 경쟁은 올해 3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3월부터 국내를 비롯, 해외 시장에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출고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아직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의 구체적인 해외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롤러블 TV 시장 확대와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다.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판매 경쟁은 한정적인 만큼 글로벌 출시가 시작돼야 양측의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특히 북미, 유럽을 비롯, 중동 등에서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초고가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4년 중동 부호 등을 겨냥해 테두리(베젤)를 금장으로 장식한 70인치대 ‘금장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가격은 8000만원에 달했지만, 출시 전부터 주문 접수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집에서 영화, 공연, 스포츠 등을 관람하기 위해 초고화질 TV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판매가 되면 좋겠지만 회사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제품들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10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선보였는데, 당시 가격이 1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소비자용 판매 제품이라기보다 전시용 성격이 짙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초고가 TV 판매가 많지 않더라도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을 통해 다른 제품 판매로 이끄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장 선점, 기술력 과시 등의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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