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로 수시로 바뀌는 5G폰의 비밀..통신3사, 망 투자 30% 줄였다
‘5G 상용화 2년 차’ 품질 개선 필요하지만
SKT·KT·LGU+, 일제히 무선망 투자 줄여
망 투자보다 돈 되는 AI·데이터 전면에 脫통신
"시도 때도 없이 5G에서 LTE로 오락가락하고요. 지방 가면 아예 안 되는 곳도 많은데, 대체 언제 안정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건가요?"
소비자들의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품질 불만이 잇따르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망 투자에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5G 상용화 2년 차를 맞았던 지난해 통신3사는 5G망 등 무선망 투자를 전년 대비 20~30%씩 줄였다.
15일 통신 3사의 2020년 연간 실적 발표 자료를 종합해보면, 업계 1위 SK텔레콤(017670)은 별도 시설투자액(CAPEX)이 2조2053억원으로 전년보다 24.3% 급감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5G가 상용화된) 2019년은 초기 네트워크 집중 투자가 이뤄진 것이었지만, 5G 서비스 본격 개시로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030200)도 지난해 무선망 등을 포함한 가입자망 투자액이 1조5930억원으로 전년(2조1990억원)보다 28% 가까이 급감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1조457억원을 무선네트워크 부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1조4886억원)보다 30% 감소했다.
5G 서비스 초창기인 만큼 커버리지(서비스 지역) 확대나 망 품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였던 것을 고려해본다면 통신사가 너무 일찍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통신사가 5G 상용화 당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른 서비스’를 실제 내놓는 것은 요원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서비스 중인 3.5㎓(기가헤르츠)뿐 아니라 28㎓ 주파수 대역의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 주파수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지난해 손상차손(영업외비용)으로 처리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을 올릴 수 있는 5G 생태계 조성이 지지부진하면서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통신사들이 망 투자에 주저하게 된 배경이다"라면서 "망 투자보다는 서비스를 통해서 부가가치를 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거꾸로 통신사들의 이런 5G 투자 지연이 생태계가 커나가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통신사들은 LTE망과 연동해서 쓸 수 있는 현재 ‘반쪽’ 수준의 5G 서비스만 유지하면서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비즈니스’ 등의 구호를 내걸며 전통적인 통신 비즈니스를 벗어나겠다는 메시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통신의 틀을 넘어 식음료(F&B), 교육, 렌털, 여행 등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해 임팩트 있는 구독형 상품, 서비스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텔코(Telco)’에서 ‘디지코(Digico)’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인 KT의 김영진 CFO도 지난 9일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미디어 등 성장산업에 지난해보다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망 투자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 소비자 사이에서는 국내 5G 가입자 수가 1185만명을 넘어섰는데도 망 품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플랫폼, AI, 데이터 비즈니스 등만 전면에 내세우며 돈 되는 사업만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5G 상용화 3년 차인 올해 통신사들이 28㎓, LTE망과 연동하지 않는 단독모드(SA) 전환 등 5G망 투자를 독려 중이지만 통신사들은 미온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5G망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종이호랑이’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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