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성조숙증.. 치료 시기 놓치지 않는 게 관건
만 8세 전 젖가슴이 발달하는 여아
만 9세 전에 고환 커지는 남자아이
성조숙증 여부 의심해 보는 게 좋아
방치 땐 성장판 일찍 닫혀 키 안 클 수도
비만·환경호르몬 등 원인으로 꼽혀
성 호르몬·피 검사 통해 질환 확인 가능
시기 놓친 뒤 치료 땐 부작용 올 수도
많은 부모에게 이제 ‘성조숙증’은 낯설지 않은 질병이다.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으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관심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성조숙증 치료 주사를 맞으면 키가 큰다”, “여아는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 콩을 먹이면 안 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성조숙증은 치료 시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무관심하면 자칫 시기를 놓쳐 아이의 성장판이 일찍 닫힐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 시기가 지난 아이의 초경 시기를 늦춰달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며 지나친 무관심도, 조급함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년 증가하는 성조숙증
성조숙증은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인 2차 성징이 또래 아이들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사춘기가 빨리 온 ‘조기사춘기’와는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성조숙증 증가의 원인으로 유전과 비만 증가,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환경호르몬 등을 꼽는다. 특히 체내에 축적된 지방에서 분비되는 지방세포 호르몬인 렙틴 호르몬은 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만큼 소아비만은 경계하는 것이 좋다.
안문배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만과 과체중은 지방간과 고혈압뿐 아니라 성조숙증 진단을 받을 확률도 높인다”며 “비만 때문에 진료를 왔다가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비율도 높다. 가슴이 나온 것을 살찐 것으로 착각해 2차 성징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과 관련해서는 최근 10년간 학계에서 성조숙증과 상관관계가 활발히 연구 중이다. 5% 미만이긴 하지만 뇌종양에 의해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뇌종양이라는 단일 원인 외의 성조숙증은 모두 유전적 요인과 비만, 환경호르몬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됐다고 볼 수 있다”며 “부모의 사춘기 시기가 빠르면 자식세대도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경만 늦추면 키 커진다는 것은 오해
성조숙증은 키와 몸무게 등의 신체 계측 외에 유방의 발달과 음모 발달 정도에 따라 판단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을 포함한 혈액 검사, 뼈 나이 확인을 위한 손목 방사선 검사도 동반된다.
치료 목표는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로 오래도록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자아이는 만 9세 이전, 남자아이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의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안 교수는 “치료 시기를 넘겨 병원에 와서 ‘키를 키워야 하니 초경을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생리를 미룰 순 있다. 그러나 생리 직전에 7∼8cm씩 크는 성장기가 있는데 그 시기에 초경을 늦추기 위한 치료를 하면 ‘급성장 시기를 주사가 밟고 지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이의 초경을 늦추는 데만 집착하면 오히려 아이의 키가 더 작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조숙증 치료 중에는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감소된다. 하지만 치료 전보다 오랜 기간 자라기 때문에 최종 키는 더 크게 된다.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는 정상적인 사춘기의 시작 연령까지 지속하며 보통 2~4년 치료한다.
일각에서 콩에 풍부한 이소플라본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속설이 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인과관계가 나오지 않은 통설이라며 오히려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한 콩을 피하고 기름진 육류 등을 먹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남아의 경우 성조숙증과 반대로 사춘기지연증이 많이 나타나는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 14세 기준으로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이나 당뇨, 갑상선질환, 뇌종양 등의 문제가 있으니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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