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상풍력 5대강국' 선언했는데..약한 바람, 비싼 건설비 난제

이재은 기자 2021. 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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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북해 먼 바다의 연평균 풍속 10~11m/s, 한국은 7m/s
풍력기, 설치비용 만만치 않은데 운영·유지비용은 더 들어

덴마크가 세계 첫 ‘인공 에너지 섬’을 만든다. 바람이 많이 부는 북해 한 가운데 축구장 18개 크기의 에너지 섬을 만들고, 이곳에서 풍력발전기 200여개를 돌려 300만 가구가 쓸 전력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덴마크 정부는 약 280억유로(약 37조원)를 들여 2033년까지 에너지 섬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섬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전력으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인근 독일, 네덜란드 등에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덴마크 ‘에너지 섬’ 조감도 / 덴마크 에너지부

세계 주요국이 온실가스 저감과 저(低)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바다 위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 해상풍력이 각광받는 이유는 먼 바다일수록 풍속(風速)이 빨라 육상풍력보다 발전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육상풍력사업이 겪는 주민 반대, 소음 피해 문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풍력발전협회(GWEC)는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 설치용량이 2019년 기준 29기가와트(GW)에서 2030년 234GW로 약 8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북해를 중심으로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50년까지 EU의 해상풍력 역량을 지금의 12배인 300GW로 늘리는 게 목표다. 윈드유럽(전 유럽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코로나 여파에도 7.1GW(기가와트) 규모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63억유로(약 35조원)를 투입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전 세계 연간 신규 해상풍력발전 설치용량 전망 / 그래픽=정다운

우리나라도 48조원을 들여 신안 앞바다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설비용량은 8.2GW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는 1GW급 원전 약 8기에 해당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전남 신안군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투자협약식에서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무궁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2030년까지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하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준공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해상풍력단지의 건설·운영비가 비싼 데다 발전효율도 떨어진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적 특성상 양질의 바람이 부족해 기술로 해상풍력단지의 효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상풍력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고 있는 유럽 북해 먼 바다의 경우 연평균 풍속이 10~11m/s 이상에 바람이 한 방향으로 불어 풍력발전기의 효율이 50%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풍속이 7m/s로 비교적 느린 데다 풍향(風向)도 일정하지 않아 연간 평균 발전효율이 30%에도 못 미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발전효율이 최소 30%는 넘어야 국민이 전기요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줄고, 풍력발전이 경제성 확보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야 발전효율이 가장 좋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풍향이 달라질 때마다 풍력발전기가 그에 맞춰 방향을 틀어 움직이는 형태로 만드는 등의 기술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례로 강원도 영월 태양광발전소는 태양광 패널이 해를 따라 움직이는 ‘추적식’으로 만들어 다른 발전소보다 효율이 높은데, 해상풍력에도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제공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풍력발전기는 일반적으로 기둥과 날개(블레이드)가 커질 수록 발전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10~14MW(메가와트)급 대형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문제는 바람이 약하면 대형 블레이드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용량과 블레이드가 작더라도 효율을 높여주는 해상풍력 기술이 필요하다.

해당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선 두산중공업(034020)이 저(低)풍속 환경에 적합한 8MW급 해상풍력터빈을 개발 중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서남해 평균풍속인 6.8m/s를 고려해 로터 직경을 205m로 극대화하는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2022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높은 건설·운영비도 풀어야할 숙제다.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기 대당 설치비용은 고정식이 약 50억원, 부유식이 약 60억원이다. 정부는 풍력산업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국산 부품의 가격이 수입품보다 약 20% 비싸다. 여기에 해상풍력단지는 태양광과 달리 초기 설치비용보다 운영·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해상풍력단지를 점검하려면 육지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데다 풍력발전기가 높은 파도와 바람에 노출되는 특성상 수시로 유지·보수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해상풍력 터빈 등을 만드는 데만 주력하고 있어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술력과 인력, 인프라는 전무하다"며 "한국전력이 인력 양성을 맡기로 했지만, 노하우를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외에서 기술을 이전 받거나 관련 인력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끌어오는 송전선의 설치·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해상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량이 제로(0)이고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바람이 불어도 발전량이 30% 수준인데, 송전망은 최대 출력인 100%에 맞춰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송전선 설치 비용이 동급 원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다"며 "독일도 북해에 조성한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남부 지역까지 보내는 데 필요한 송전선 설치와 비용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안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풍력발전기 1000개가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송전 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부산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 당시 전선이 지나가는 밀양 지역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했는데, 해상풍력단지 관련 송전선 설치 역시 이런 반대와 민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승훈 교수는 "유럽에서도 해상풍력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업인 만큼 당분간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민이 추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추가 요금을 내고 사는 ‘RE100’을 확대하면 그나마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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