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할까 유지할까..SK이노베이션 소송 패배 '후폭풍'

문창석 기자 2021. 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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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주 "장 시작과 동시에 던진다" 전전긍긍
막대한 합의금 지출에 주가 악영향..'하락없다' 의견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2021.2.1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에서 완패하면서 주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합의금 지출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이미 배터리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일부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식은 15일 오전 9시 증시 개장과 함께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결정에서 패소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장이다.

판결 이후 설 연휴 기간에 SK이노베이션 개인주주들은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주주들은 인터넷 종목 토론방 등에서 "폭락할 수밖에 없다", "장 시작과 동시에 무조건 던져야겠다" 등의 게시글을 올리는 상황이다.

주주들은 이번 소송 패소로 많게는 수조원의 비용 지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SK가 기대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여전히 미미한 상황에서,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하기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가 가장 현실적이다. 그동안 LG 측과 금액에 대한 견해 차이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이번 패소로 LG 측이 부르는 금액에 최대한 맞출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49.2%로, LG화학(112.6%)·삼성SDI(60.5%) 등 타 배터리 업체와 비교해 이미 가장 높다. 이는 공격적인 투자로 인한 측면이 있지만, 2018년(87.0%)·2019년(117.1%)의 부채비율과 비교할 때 매년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은 부담이다.

합의금 지출로 인해 기업 재무의 지표인 단기 지급능력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유동부채는 10조990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1%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당좌자산은 7.6% 줄어든 9조3535억원으로, 당좌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많아졌다.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환금성이 좋은 당좌자산보다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단기 지급능력이 낮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막대한 합의금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진 건 SK이노베이션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 특히 약 3조원을 투자해 야심차게 시작한 미국 배터리 사업인데, 이미 납품이 결정된 포드·폭스바겐에만 1~2년 납품하고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지금 상황은 앞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News1 © 뉴스1

다만 일부에선 과거 비슷한 상황과 비교할 때 주가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SK이노베이션의 패소는 일요일인 지난해 2월16일 ITC가 발표한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인데, 당시 발표 직전 거래일(2월14일)에 주당 13만7500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첫 거래일(2월17일)에 13만6500원으로 0.72% 하락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라 전체 증시가 하락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소송 패소로 인한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패소로 주가가 일부 하락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이미 성장 궤도에 오른 만큼 주가에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현재 글로벌 6위 수준인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2024년 이후에는 3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소송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익 증가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점은 아쉽지만, 배터리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 속에 톱 티어(Top tier)업체로서 수혜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비중이 아직 크지 않은 만큼 충격이 덜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의 매출은 1조6102억원으로, 석유사업 매출(22조6379억원)의 14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최근 상황에서, 석유 사업이 기반인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상승 요인이 오히려 더 강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소송 패소는 지난해 2월 예비결정에서 발표된 만큼, 예견된 악재이기에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으로 주가의 관건은 합의금 액수와 지급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그동안 양측이 제시한 금액의 차이가 약 2조~3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한다. 승소한 LG 측의 주장대로 합의금이 SK이노베이션의 당초 제시안보다 2조원 이상 높아진다면 주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로열티나 자회사 지분 등이 아닌 현금 일시금 지급 방식으로 결정될 경우, 과거보다 재무 상황도 좋지 않고 단기 지급 능력도 떨어진 SK이노베이션 주가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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