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英블레어정부 '친기업·시장정책', 위기돌파 모델"

박주연 2021. 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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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노동이사제 등, 기업활동 위축시켜"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0여년 전 영국의 도약을 이뤄낸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친기업·친시장' 정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부채·재정수지·인플레이션 악화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참고모델이 될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영국 토니 블레어 진보정권이 집권했던 1997년~2007년 10년간의 경제정책과 성과지표를 분석,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영국은 이 기간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기록해 유럽국 평균 성장률(2.2%)을 크게 웃돌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역시 1997년 2만6000달러에서 2006년 4만6000달러로 증가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진보 성향의 노동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재정 건전성 회복, 복지개혁, 노동유연성 유지, 법인세 인하, 기업 활동 지원 정책 등을 실행, 구조개혁에 나선 것이 주된 배경이었다.

영국 경제는 1970~80년대 통화정책의 실패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블레어 전 총리는 재무장관에게 부여됐던 금리 결정권한을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로 이양해 물가상승률을 정부목표치 안으로 유지시켰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에는 유럽 평균 물가상승률을 밑돌며 물가안정에 성공했다.

1990년대 이후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공공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제가 불안정해지자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정부부채 수준을 GDP대비 40% 이내로 유지하고 경상지출 목적의 정부 차입을 금지하는 재정준칙을 수립·시행함으로써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영국의 GDP 대비 공공지출은 1996~1997년 41.2%에서 집권 후 1999~2000년 37.7%로 감소, 1989년 이후 최저 수치를 나타냈다.

또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 감소, 재정수지 흑자 전환 등 재정건전화 성과를 거뒀으며 공공투자 규모도 점차 확대됐다. 다만 집권 말기에는 노동당 정부의 복지정책 추진을 위한 지출 확대로 재정수지가 다시 적자로 전환되고 정부부채 비중도 소폭 확대됐다.

블레어 정부는 수당 형태의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고, 국민들의 불만이 가장 컸던 국민보건서비스(NHS)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선택과 집중'의 복지 개혁전략을 택했다.

국민보건 예산은 1996년 GDP의 5.5%에서 2007년 GDP의 7.3%로 대폭 증액시켜 EU 평균 수준으로 향상시켰고, 교육예산은 1997년 GDP의 4.9%에서 2007년 5.7%로 증액했다. 대신 각종 현금성 수당 지출 감소에 따라 1990년대 8%대를 유지했던 GDP대비 현금성 복지지출 비중은 블레어 집권 10년 동안은 연평균 7.4%를 유지했다.

블레어 복지정책의 핵심은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 일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복지로부터 일터로'(Welfare to Work)로 명명됐다. 실업급여를 6개월 이상 받은 실업자들은 의무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하며 ▲취업 ▲전일제 직업훈련 ▲자원봉사 ▲정부 환경 프로젝트 4가지 옵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4개월간의 취업준비기간이 종료될 시점에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의 취업·훈련프로그램을 거부할 경우 실업급여 전부를 박탈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고용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돼 1994년 10%에 육박하던 실업률이 2001년 4.8%까지 낮아졌다. 임기 종료 직전인 2006년에도 5.4%까지 유지됐다. 당시 영국의 실업률은 독일(10.8%), 프랑스(9.0%), EU(8.0%)등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이었다.

블레어 정부는 진보성향인 영국 노동당의 전통적인 방침과 기조를 달리하는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기업 활력을 도모했다.

소규모 기업을 비롯한 전체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를 추진하여 취임 당시 33%였던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30%까지 인하했으며, 1999년 소득세 기본세율을 23%에서 22%로 인하했다.

기업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블레어 총리는 1997년 9월 영국 영국노동조합회의(TUC)에서 대처 전 정부가 확립해놓은 노동유연성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보수당의 노조정책을 철폐하지 않는 대신, 노동자의 권리 보장(최저임금제, 근로시간지침 등) 정책을 도입해 균형을 맞추며 노조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 정책의 결과는 투자 개선으로 이어졌다. 블레어 정부 집권전 1996년 2.3%였던 영국의 GDP 대비 해외직접투자(FDI) 순유입은 2005년 10%까지 대폭 확대됐다. 이는 영국의 FDI 통계 기록 시작 이후 최고 수치였으며, 해외직접투자의 유입 증가로 기업 활동이 더욱 촉진되는 선순환 효과를 이루기도 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년 전 영국의 부흥을 이끈 블레어 전 총리는 국가 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당정을 벗어나 시행하는 비전과 전략을 보여줬다"며 "최근 고용보험기금 고갈 등 재정 부담이 커지고 코로나 여파가 더해져 물가·실업률 상승, 해외투자유입 급감 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어떻게 현 위기를 돌파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공정경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동이사제 등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 앞에서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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