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플랜 바꾼 새만금..그린뉴딜 1번지로"
새만금개발사업이 공식화된 것은 1987년이다. 당시는 간척사업을 통한 식량확보가 목표였다. 하지만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는 변화했고 ‘식량위기’는 더 이상 새만금의 추진동력이 되지 못했다.
정부는 당초 100% 농업용지 조성 목표를 수정, 2007년 농업용지와 비농업용지로 구분하는 복합개발구상을 수립했다. 이어 2011년에는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새만금을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 국제협력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지만 개발속도는 여전히 더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만금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해 공공이 사업을 선도하면서다.
기업들이 외면하던 새만금에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2018년 이전까지 5개에 불과했던 입주기업이 2019년부터 급속히 늘어나며 2021년 1월 기준 31개의 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SK는 새만금에 2조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새만금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그린뉴딜 사업의 중심지로 각광 받고 있다.
정부는 총 2.1GW 규모의 세계 최대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추진 중이고 이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RE100(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 캠페인) 산단을 구축하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그린수소 클러스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양충모 제4대 새만금개발청장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새만금투자전시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그린에너지 사용이 화석연료를 앞지르는 골든크로스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이뤄지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 청장과 만나 그동안의 새만금 개발사업 진행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봤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대선 때마다 모든 후보들이 공약할 정도로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업자체는 지지부진했다.
▶2011년 수립된 새만금기본계획이 너무 민간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개발면적이 총 409㎢로 서울시 3분의 2 정도 규모인데 모든 것을 민간사업자가 하도록 돼 있다. 도로도 남북도로와 동서도로 정도만 국가에서 건설하고 나머지 내부도로는 민간이 한다. 개발을 민간에 맡기다보니 진행이 더디고 그러다보니 기업유치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새로운 마스터플랜은 어떤 방향으로 세우고 있나.
▶문재인 정부 들어 새만금개발공사를 만들어 공공주도의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투자유치가 활발해졌다. 공공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좀 더 세분화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구체적인 사업의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되나.
▶새만금 개발의 방향성을 바꿨다. 새만금 개발 비전이 그동안 '자유무역중심도시'였다. 그래서 한중경제협력단지, 국제용지업무지구 개발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도 아직 새만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린뉴딜, 신산업중심단지 조성으로 목표를 바꾸고 단계별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8년에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을 했다.
▶비전선포식 이후 작년에 육상태양광 발전소를 착공했고 올해는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착공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실제로 신재생에너지가 생산된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을 합쳐 3GW규모의 발전단지가 구축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는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소처럼 공용전력망에 송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주기의 실증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RE100 산업단지 착공도 작년에 이미 들어갔다. RE100 산단은 구글, 애플 등 278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RE100을 겨냥해 조성하는 산업단지다. 기업들이 활용하고 남는 에너지는 수전해를 일으켜 그린수소를 생산해 새만금을 수소경제의 전초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수소에너지 사업과 차별성이 있나
▶현재 울산, 경기 안산, 전북 전주·완주가 수소시범도시로 선정돼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쓰는 수소는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그레이수소'다. 새만금은 남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또 인근 완주군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가 자리잡고 있어 새만금 수소 클러스터와 연계하면 친환경 수소산업 생태계의 최적지로 거듭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그린수소의 생산단가도 높고 수전해기술도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국가종합실증연구단지를 구축해 그린수소 생산부터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전력생산까지 실증하는 연구기반을 갖출 계획이다. 추후에는 새만금 중심부에 위치한 국제협력용지는 그린수소 생산·저장·유통 기능을 갖춘 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RE100 산단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는 어떤가.
▶2018년 4월 재산가액의 1%(통상 5%)만 임대료로 100년간 임대가 가능한 장기임대용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입주기업이 확 늘었다. 게다가 새만금은 최근 그린뉴딜 확대라는 글로벌 트렌드로 인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기업들에게 그린에너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경제·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새만금에 2조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항만, 고속도로, 국제공항 건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새만금 내부를 연결하는 십자형도로 중 동서도로는 작년 11월에 개통했다. 남북도로는 2023년 8월 세계잼버리대회 개최 전 개통이 목표다. 2024년에는 새만금과 전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기본계획을 수립중이고 새만금까지 들어오는 인입철도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은 올 하반기에 발주해 2025년 준공할 계획이다. 도로, 공항, 철도, 항만 등 광역교통망이 구축되면 내부개발 활성화는 물론, 물류비 절감 등으로 투자여건이 개선돼 민간의 투자유치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 역시 새만금 개발의 한 축이다.
▶현재 산단 중심으로 투자유치를 하고 있지만 2024년 말이면 2만여명이 거주하는 수변도시가 탄생한다. 문화와 관광과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로 만드는 게 저의 구상이다. 고군산군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만들고 있다. 해상케이블카가 도착하는 무녀도에는 군산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려고 군산시에서 준비중이다. 그렇게되면 수변도시도 관광레저단지와 연결되고 변산국립공원과도 연결되고 전주 한옥마을까지도 40분이면 갈 수 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체 2박3일코스의 관광지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만금을 휴양지나 관광지로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새만금이 관광지로 거듭나는 분기점은 언제가 될 것이라고 보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처럼 올해부터 새만금을 대표하는 K-POP 콘서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어 2023년이면 세계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5만여명의 청소년이 오는데 단순히 야영하는 것을 넘어 한국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잼버리대회 대회 용지가 230만평(760만㎡) 정도인데 대회가 끝난 후 그 부지를 이용하겠다는 기업들의 문의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
-새만금개발로 인한 수질오염에 대한 대책은.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새만금위원회에서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 종합평가 결과와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평가 결과는 2단계 종합대책(2011∼2020년) 추진으로 상류 유입 하천인 만경강·동진강 수질은 크게 개선됐지만 호내 수질오염도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선 새만금호 수질 개선 효과를 위해 호소 관리 수위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하루 1회 개폐하던 배수갑문을 작년 말부터 하루 2회로 늘려 해수유통량을 늘렸다. 해수유통이 내부개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호소의 관리수위는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현재 새만금호 수질관리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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