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공수처, 정치권 이해관계로 흔들지 말아야"

유동주 기자 2021. 2. 1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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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숫자 100명 증감으로 연연할 때 아니다. 변시 합격률 높여줘야"
이찬희 변협 협회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찬희(56)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고위공직자수사처 출범과정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변협이 추천한 김진욱 변호사는 공수처장에 임명됐다. 그 뿐 아니라 여야가 공수처장 추천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을 하던 와중에 변협이 치우치지 않고 제대로 된 역할로 결실을 맺는 데 크게 기여했단 평가를 받는다.

오는 22일 퇴임을 앞둔 그는 설 연휴 직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 역할은 아주 중요하지만 이제 출범 첫해를 맞이한 조직"이라며 "지나친 기대보다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 수사권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여야 정치권이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수처를 흔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쿨 도입 초기 수년간 지속된 사시존치 논란 과정서 이 협회장은 사시 출신임에도 로스쿨 측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런 인연으로 로스쿨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 협회장은 로스쿨과 변호사업계의 이해상충으로 인한 불화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협회장을 하면서 제 생각과 행동이 가장 괴리가 있었던 부분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와 관련된 것"이라며 "2019년 합격자 증원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발표할 때 옆에서 합격자 숫자를 늘려달라고 시위하면서 삭발하는 로스쿨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변호사업계가 그간 다소 적대적이었던 로스쿨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할 때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시스템인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배출제도가 변경되었다면 변호사회 내부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변호사 숫자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특히 "로스쿨을 정상화시키려면 과감하게 합격자 숫자에 대해 기존 변호사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으며 "변호사업계가 힘을 가지려면 숫자가 더 많은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곧 공개될 변협 특위의 로스쿨평가백서에 대해 "로스쿨이 변시 때문에 자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임기 중 진행했던 로스쿨 평가 내용을 마지막으로 공개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지적하고 제대로 정착하고 발전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변호사업계 양대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의 수장을 연이어 4년간 역임한 건 이 협회장이 직선제 이후로 처음이다. 과거 간선제 시절 수십년동안 한 두명 정도만 가능했을 정도로 연이어 양 변호사단체장직을 수행한다는 건 쉽지 않다. 비교적 젋은 나이인 50대 초반에 협회장에 당선됐고 업계 평가가 나쁘지 않아 재선에 나설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단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치러진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4년 동안 변호사단체장을 연이어 맡았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새하얗게 불태워 버렸어" 어린 시절 봤던 '도전자 허리케인'이라는 만화의 마지막 대사였습니다. 그 대사를 40년 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써먹게 됩니다. 서울지방변호사 회장 2년과 연이어서 대한변호사협회장 2년 도합 4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연임을 요청하는 회원들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 없이 박수칠 때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난 4년의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며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 임기 중 변협 사업 성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어떤 게 있나요.

▶흔히 성과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협 협회장으로서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변론권의 비약적인 확대를 이루어낸 것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조사시 변호인의 노트북 등을 이용한 메모 및 휴식권 보장, 피의자 소환일시 변호인 협의, 영장실질심사결과 핸드폰 통지, 자기변호노트 전국적 실시 등 이전에 변론권 보장을 위해 변호사단체가 수없이 요구했던 것들이 거의 대부분 임기 중 실현됐습니다.

물론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변협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검찰과 경찰의 적극적인 태도도 영향이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국민의 인권보장 수사 확립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꾸준히 검경과 소통하면서 협의한 결과입니다. 변론권 확대는 곧 인권보장의 확대이므로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정말 귀중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법원과의 관계에서도 미확정판결의 전면공개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고 협력한 결과 민사소송법의 신속한 개정으로 민사, 행정, 가사 부분에 우선적으로 도입되었고 조만간 형사재판까지 공개가 예정돼 있습니다. 또한 형사소송 전자소송화도 시범실시단계입니다. 변협의 법관평가를 인사에 반영하는 작업도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 전 세계 지도층 변호사 5000명이 넘게 참여한 세계변호사총회(IBA)를 성공적 개최한 것과 임기 마지막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활동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찬희 변협 협회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특히 공수처 관련 변협 역할이 컸는데 향후 공수처에 바라는 점은 있나요.

▶개인적으론 공수처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론 뿐만 아니라 변협 회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찬성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이왕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어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기관이 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3월부터 회원들로부터 적합한 후보를 추천받고 철저한 검증을 한 후에 엄선한 세분의 훌륭한 후보를 자신있게 추천했습니다. 세분 모두 상위 후보군에 선정됐고, 최종적으로 변협이 추천한 두분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국민과 언론으로부터도 변협이 정치적 중립을 잘 유지하면서 훌륭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보면서 변협의 존재와 역할에 대하여 다시 보게 되었다는 칭찬을 들었을 뿐 아니라 회원들로부터도 변호사로서 자부심을 느꼈다는 칭찬을 받은 것도 과외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공수처 역할은 아주 중요하지만 이제 출범 첫해를 맞이한 조직입니다. 설립 70년이 넘고 2200여명에 이르는 검찰도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공격하면 흔들립니다. 검사 25명으로 이제 막 시작한 공수처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흔들어대면 힘들게 만든 국가조직이 다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립니다.

국민과 정치권 모두 공수처가 우리 사회의 부패를 일거에 제거할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보다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의 수사권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이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공수처를 흔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찬희 변협 협회장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로스쿨이나 변시에 대한 입장은 어떠신가요.

▶협회장을 하면서 저의 생각과 행동이 가장 괴리가 있었던 부분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와 관련된 것입니다. 협회장으로서 합격자 증원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발표할 때 옆에서 합격자 숫자를 늘여달라고 시위하면서 삭발하는 로스쿨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수 엘리트 법조인 양성시스템인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법조인배출제도가 변경되었다면 변호사회 내부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변호사 숫자에 연연할 때가 아닙니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할 때마다 변협은 무조건 숫자를 감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로스쿨은 무조건 증가해야 한다고 대립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100명 정도 인원을 가지고 대립하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1만명일 때는 100명이 유의미한 숫자일지 몰라도 3만명 시대의 100명은 의미가 다릅니다.

지금의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발목이 잡혀 과거 사시시절의 법대처럼 고시학원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로스쿨에 들어가면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합격률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처럼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과정에 매몰되어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폐해를 시정할 수 있습니다.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부담없이 자유롭게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법률 및 관련 분야의 공부를 하고,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변호사로서 국민의 다양한 법률수요를 충족시켜주어야 합니다. 오탈자(변시5회 탈락자)문제도 비록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지만, 입법으로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합격자 숫자가 늘어난다면 오탈자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로스쿨을 정상화시키려면 과감하게 합격자 숫자에 대해 기존의 변호사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또한 로스쿨 스스로도 결원보충제와 같은 인위적인 연명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뼈를 깎는 개혁의 정신으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이번에 변협에서 로스쿨평가백서를 발간하는 것도 로스쿨을 순위매기거나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에서 엄격하게 대내외적으로 비교하는 자료를 근거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기 위해서입니다.

로스쿨 도입 초기 사시존치논란 과정에서 '로스쿨의 아버지'라는 응원도 받는 동시에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분들로부터는 정말 입에 담기 힘든 공격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이 제대로 정착하고 발전하는 데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협회장 임기를 마치면 변시 합격자수, 로스쿨 개혁, 오탈자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활동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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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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