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두 개 들어도 의료비보다 많은 보험금 못받아요
두 개 가입해도 의료비 내에서
두 보험사가 보험금 나눠 지급
여러 보험 들면 보험료만 손실
보장한도 늘리는 효과는 있어
단체실손 중복가입땐 어떻게
퇴직 1개월내 개인실손 전환 가능
개인실손 보험료 납입 중지하고
단체실손 종료하면 재개할 수도
"보장내용·나이 등 따져 결정해야"
보험은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부터 삶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지만 복잡한 상품구조와 약관 탓에 가입자들도 보장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요 상품별로 알면 유익할 정보와 주요 분쟁 사례 등을 금융감독원 조사역들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편집자 주>
#ㄱ(34)씨는 실손의료보험도 다른 보장성 보험처럼 여러 개를 가입하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ㄴ생보사와 ㄷ손보사에 각각 가입했다. 5년 뒤 다리를 다쳐 입원치료를 받고 치료비 100만원을 두 보험사에 각각 청구했다. 두 보험사에서 자기부담금(10만원)을 공제하고 각각 45만원, 총 90만원의 보험금을 받고서야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한 것을 후회했다.
중복가입해도 지출 의료비 내에서만 보장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만을 보장한다. 두 개 이상의 실손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초과해 보장받을 수는 없다. 두 개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실제 부담한 의료비 범위 내에서 두 보험사가 보험금을 나눠 지급한다.
2016년 보장한도가 5천만원(자기부담비율 20%)인 실손보험을 두 개 가입했는데 실제 부담한 입원의료비가 1500만원인 경우를 보자. 자기부담금 300만원(1500만원의 20%)을 제외하고, 두 보험사로부터 각각 600만원, 총 1200만원을 받게 된다.
권재순 금감원 특수보험2팀장은 “여러 개의 실손보험에 가입했다가 나중에야 보험료 손실을 후회하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중복 가입 여부는 실손보험 가입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가입 내역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사이트의 ‘내보험 찾아줌’ 코너에서 조회할 수 있다.
다만 두 개의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할 경우 보장한도를 늘리는 효과는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으로 실제 부담한 통원의료비가 50만원인 경우를 보자. 2016년 실손보험(통원한도 30만원, 자기부담금은 2만원과 보상대상 의료비의 20% 중 큰 금액)을 하나만 가입한 ㄹ씨는 보장한도인 3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통원의료비(50만원)에서 자기부담금(50만원의 20%=10만원)을 차감한 금액은 40만원이나 보장한도 내에서 지급받으므로 30만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1월과 6월에 하나씩 두 개를 가입한 ㅁ씨는 통원보장한도가 60만원(30만원+30만원)으로 늘어난다. ㅁ씨는 자기부담금 10만원(50만원의 20%)을 제외하고 두 보험사에서 각각 20만원, 총 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자주 이용해 의료비 부담이 커서 보장한도를 늘리고자 하는 사람은 예외적으로 중복 가입할 수 있다.
단체실손 중복가입 시 중지할까, 유지할까
지난해 6월 현재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는 13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단체실손에 가입하면서 중복 가입이 되는 경우가 120만여명으로 전체의 90% 이상이다. 단체실손은 직장 등에서 개별 가입자에 대한 심사 없이 단체로 가입하는 상품으로 단체에 소속된 기간 동안만 보장된다.
금융당국은 중복 가입에 따른 보험료 이중 납부 부담을 줄이고자 올해부터 중복 가입에 대한 안내를 강화했다. 단체실손의 경우는 보험사가 계약자(회사)로부터 피보험자(직원)의 개인정보를 받아 매년 직원의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해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개인실손에서는 기존 계약자에게도 매년 보험료 갱신 안내장을 통해 중복 가입 여부를 조회·확인하는 방법과 개인실손 중지 제도 등을 안내하도록 바뀐다.
금융당국은 개인실손과 단체실손 중복 가입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8년 12월부터 두 실손 상품 간 연계 제도를 도입했다. 단체실손에서 개인실손으로 전환하는 제도와 개인실손의 중지·재개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전환 제도는 단체실손에 5년 이상 가입한 임·직원이 퇴직 등으로 단체실손 종료 시 1개월 이내에 개인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직전 5년간 단체실손에서 보험금을 200만원 이하로 수령하고, 10대 질병 치료 이력이 없는 경우 무심사 전환이 가능하다.
전환 상품은 전환 시점에 해당 보험사가 판매 중인 개인실손이다. 보장금액 등의 세부 가입조건은 전환 직전 단체실손과 동일하다. 동일 상품이 없을 경우엔 가장 유사한 조건이 적용된다. 다만 단체실손이 개인실손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전환 조건이 다소 엄격하고, 단체실손 종료 뒤 1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 탓이다. 지금까지 신청 건수 대비 전환율은 약 60%로 추정된다.
개인실손 중지·재개 제도는 단체실손 가입 때 개인실손의 보험료 납입·보장을 중지하고, 나중에 단체실손 종료 시 중지했던 개인실손을 재개하는 것을 말한다. 단체실손 종료 시 1개월 이내에 개인실손의 재개를 해당 보험사에 신청하면 무심사로 재개할 수 있다. 다만 재개 상품은 기존 중지된 상품이 아닌 재개 시점에 판매하는 상품이다.
개인실손과 단체실손에 중복 가입된 경우 무조건 개인실손을 중지하는 것이 좋을까? 개인실손을 중지할 경우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단체실손의 보험 가입 금액, 보장 범위 등이 개인실손에 비해 불리한 경우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예컨대 단체실손의 가입 금액(1천만원 또는 3천만원)이 개인실손(대부분 5천만원)보다 적을 수 있고, 질병과 상해 중 한 개의 담보(보장)에만 가입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단체실손의 보장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두 가지를 비교해본 뒤 개인실손의 중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상품이 보험료는 비싸지만 보장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연령대도 고려해야 한다. 20대 때 취직해 단체보험에 가입하면 퇴직까지 30년 이상 중복 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반면에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엔 중복 가입이 유리하다. 권재순 팀장은 “나이, 보험료, 보장 내용 등을 잘 따져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금융감독원에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다양한 민원이 들어온다. 실손보험 관련 대표적인 분쟁조정 사례를 소개한다.
#ㄱ씨는 직장에서 퇴직 후 단체실손 연계 제도에 관한 기사를 보고 보험사에 개인실손으로 전환 가능한지 문의했다. 그런데 보험사는 퇴직한 지 1개월이 지나 전환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단체실손의 개인실손 전환은 단체실손에만 가입한 임직원이 단체실손 종료일로부터 31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ㄱ씨의 경우에는 단체실손과 개인실손 중복 가입자로 애초에 전환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퇴직 1개월 이내에 전환 신청을 했더라도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ㄴ씨는 단체실손과 개인실손 중복 가입 문제를 해소하고자 재직 중에 개인실손 중지를 신청했다. 그러다가 과거 중지했던 개인실손의 재개를 신청했지만 보험사로부터 재직 중에는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감원은 개인실손의 중지 및 재개 제도는 보험료 이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퇴직 등으로 단체실손이 종료된 뒤 1개월 이내에 재개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험사의 업무 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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