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상근 부회장 교체기..관료출신 선호 왜?

조계완 2021. 2.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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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연임 유력
무협·전경련 재추대 가닥
상의만 최대원 회장으로 바뀌어
부회장은 관료출신 모양새
경총 빼곤 유임 전망
권태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 영향과 해법에 대한 긴급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관료 출신이 좋을까? 내부 발탁이 나을까?

경제4단체 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뺀 3단체가 모두 회장 교체·연임 시즌을 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만 선장이 바뀐 채 대부분 단체의 회장들은 연임이 유력하다. 관건은 안살림을 총괄하는 상근 부회장이다. 각 단체 안팎에선 내부 출신보다 관료 출신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외부 인사보다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공기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어떤 속사정 때문일까.

 3단체장은 유임 유력

14일 주요 경제단체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차기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오는 19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추대된다. 김영주 현 회장(71·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연임이 유력하다. 2017년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은 ‘연임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정부가 정부 추천인물로 그를 다시 지목하고 회장단이 재추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창립 60돌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허창수(72·지에스(GS) 명예회장) 회장을 재추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는 17일 회장단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허 회장은 2011년 2월부터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허 회장 역시 고사의 뜻을 내비쳤으나 그의 뒤를 이을 마땅한 후보자나 선뜻 손을 든 재벌 총수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총수의 사적 모임에 뿌리를 둔 터라 전경련 회장은 출범 이후 줄곧 재벌그룹 총수들만 맡았다. 전경련은 회장 후보 인물난에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총의 손경식 회장은 임기가 1년 남았다. 2018년 3월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한 터라 내년 2월까지가 임기다. 이에 최근 최태원 회장으로 선장이 바뀐 대한상의를 빼면 주요 경제단체 중 3곳의 단체장은 변화가 없는 셈이다. 허 회장이 장수 중인 전경련을 빼면 모두 현 정부 출범(2017년 5월) 이후 첫 임기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회장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근(혹은 상임) 부회장도 대체로 유임될 전망이다. 새로 회장에 취임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우태희(59) 상근 부회장과 새 지도부 체제를 꾸리고 있다. 우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선임됐다. 다만 경총은 김용근 상임 부회장이 사의를 밝힌 사실이 최근 공개되면서 변수로 남았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말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이 잇달아 통과되면서 직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상근 부회장은 관료 출신 우세, 왜?

사의를 밝힌 김용근 부회장 변수는 남아있지만 일단 경제 4단체의 상근 부회장은 모두 관료 출신이 계속 맡는 모양새가 됐다. 우태희·김용근(65)·한진현(62·무역협회) 등 3명의 상근 부회장이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만 전경련과 다를 뿐이다. 전경련의 권태신 상근 부회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관료 출신이다.

경제단체의 ‘넘버 2’가 매번 고위 관료 몫이었던 것은 아니다. 외려 내부 출신이 장기 집권한 전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승철씨는 입사 23년만인 2013년 전경련 상근 부회장에 올라 4년 남짓을, 김영배씨는 경총 상임부회장을 14년간 맡은 바 있다. 단체장 교체·연임 시기를 맞아 재계 단체 안팎에선 상근 부회장에 내부 출신도 전격 기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까닭이다.

하지만 정작 각 단체 내부에선 내부 출신 상근 부회장 선임에 호의적인 시각은 드물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경제단체 간부는 “경제단체는 그 성격상 조직 사정을 잘 모르는 바깥 인물이 회장으로 추대돼 오는데, 내부 인물이 상근 부회장에 오르면 오랫동안 조직을 사실상 장악하고 군림하면서 정책·인사에서 회장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이승철·김영배씨가 각 단체의 고위 임원을 오래 하면서 사무국을 사실상 사조직화해 단체를 위기로 내몰지 않았냐는 뜻이다.

물론 관료 출신 부회장 시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전경련에서 이런 볼멘 소리가 나온다. 전경련은 허 회장이 본인 뜻과 무관하게 연거푸 ‘명예직’으로 연임하고 있는 터라 사실상 권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맡은 시기를 포함하면 권 부회장이 전경련 등에서 일한 지 7년에 이른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 쇄신 요구가 비등했음에도 권 부회장은 그동안 조직을 흔들지 않아 왔다. 전경련 임원들이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조직 혁신을 바라는 내부 직원들 사이엔 불만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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