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우리' 저신용자 '하나'가 최저, 14% 카드론 따져보니

박슬기 기자 2021. 2. 1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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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카드론의 덫]② 고신용자엔 덜 받고 저신용자엔 더 받고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생활비 마련이 급급한 서민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카드론에 몰려 지난해 말 카드론 잔액은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대출성 자산 중 다중채무자(금융사 대출 3건 이상)의 비중은 63.0%에 달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 급증한 카드론을 새로운 경제 뇌관으로 지목하고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 40대 직장인 하소연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부터 급여를 50%만 받거나 무급일 때가 있었다. 처음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5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았다. 이후 주식까지 손을 대면서 대출금은 늘어갔다. 이 같은 상황이 1년 이상 이어지자 하씨의 대출 규모는 약 1억원에 달했다. 그는 신용대출에 이어 연 20%에 육박하는 카드론까지 끌어 쓰면서 빚 돌려막기를 하다 한계상황에 부딪혀 개인회생을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 주부 김나나씨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남편의 주식 빚 1억5000만원 가운데 8000만원이 카드론이란 것. 카드론 평균금리가 연 14%라는 회사 동료의 말에 아찔했지만 실제 확인한 결과 남편이 받은 카드론 금리는 연 6%대여서 그나마 안도했다.



1~2등급 카드론 금리 최대 3.09%포인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고와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카드론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 차이가 커지고 있다.

카드론의 평균금리는 연 11~14%인데 고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금리는 한자릿수대로 떨어지는 반면 저신용자에 제공하는 금리는 연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론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이처럼 금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등급 고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운영금리의 하락세는 가파르다. 운영금리는 카드론 기준금리에 우대금리를 빼서 차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가운데 1~2등급 고신용자에 매겨지는 카드론 운영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우리카드로 연 6.64%였다. 이어 ▲삼성(8.19%) ▲현대(9.20%) ▲KB국민(10.54%) ▲하나(10.90%) ▲롯데(11.48%) 등이 뒤를 이었고 신한카드가 연 12.44%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7월 말까지만 해도 우리카드는 1~2등급 고신용자에 연 9.73%의 카드론 금리를 제공했지만 5개월 만에 3.09%포인트 떨어뜨린 것이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도 1~2등급 고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금리를 각각 2.5%포인트와 0.92%포인트 낮춰 잡았다.


7~8등급은 오르거나 소폭 인하


반면 카드 발급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8등급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금리 변동폭은 7개 카드사 중 5곳이 0%대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7~8등급 카드론 운영금리는 연 16.92%로 가장 낮았다. 그해 7월 말(17.47%)보다 0.55%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이어 ▲우리(18.62%) ▲삼성(19.21%) ▲신한(19.48%) ▲현대(20.29%) ▲롯데(20.45%) ▲KB국민(20.55%) 등의 순이었다. 특히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는 지난해 7월 말과 비교해 각각 2.8%포인트와 1.08%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로써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카드론 금리 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최대 13.91%포인트에 달했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는 점점 내려가는 반면 돈 빌릴 곳 없는 저신용자의 금리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신용자 유치하려 ‘마이너스 카드’까지 등장


올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되면서 카드사는 9~10등급 차주에 대한 카드론은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7개 카드사 중 9~10등급에 카드론을 내준 곳은 ▲하나(20.01%) ▲현대(21.36%) ▲KB국민(22.27%) ▲삼성(23.41%) 등이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말 기준 9~10등급 회원에 카드론을 내준 카드사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 두 곳뿐이었다.

카드사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조절하면서도 고신용자 카드론 금리를 내린 이유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조이기를 계기 삼아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신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카드와 현대카드 카드론 이용 고객 중 10% 미만 금리를 적용받는 고신용자 회원 비중은 전체의 각각 29.16%와 28.93%에 이른다.

여기에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마이너스 카드도 출시했다. 마이너스 카드는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약정 기간과 한도 안에서 고정된 이자율로 이용하고 상환할 수 있으며 수시로 쓰고 갚아도 대출 건수는 1건으로 잡힌다. 우리카드는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용 한도는 최고 1억원에 금리는 연 4.0~10%인 ‘우카 마이너스론’을 운영 중이다. 롯데카드는 거래실적을 바탕으로 신용도가 검증된 회원에 최저 연 4.95%의 금리와 5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한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사진제공= 각 사 또는 뉴시스


코로나 속 저금리에도 고금리 빚 장사


이 같은 카드론 금리 양극화 현상에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카드사가 고금리 빚 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 정)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카드사 조달 비용·수익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지난해 상반기 카드론·현금서비스 수익률은 전년보다 10%포인트 오른 167%에 달했다. 카드사는 지난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등 차입금 조달비용으로 9572억원을 사용했고 이를 이용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통해 2조556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카드론 금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카드론 금리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등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금리가 자연스레 내려갈 것”이라며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경쟁자의 중·저신용자의 대출 확대로 카드사가 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론 금리는 신용원가·업무원가·조달원가·자본원가·마진율 등으로 나뉘어 산정된다. 이 중 ▲신용원가는 카드사의 리스크 비용과 대손충당금 적립률 ▲업무원가는 인건비와 임대료 및 마케팅 비용 ▲조달원가는 단기·장기 회사채 ▲자본원가는 예상치 못했던 최대 손실에 대비한 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일부 카드사의 원가를 종합해 본 결과 ▲조달원가 약 2% ▲대손충당금 적립률 약 4% ▲업무원가 4% 안팎 등이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은 담보 또는 신용 확인 서류를 다 받지만 카드론은 회원의 카드 이용행태와 신용점수 등만 보고 대출을 내주는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다 보니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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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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