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막힌 빚투족, 14% 카드론까지.. 부실폭탄 터지나

이남의 기자 2021. 2. 1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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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카드론의 덫]① 4조원 카드론을 마통처럼.. 고금리 판매 비중 증가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생활비 마련이 급급한 서민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카드론에 몰려 지난해 말 카드론 잔액은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대출성 자산 중 다중채무자(금융사 대출 3건 이상)의 비중은 63.0%에 달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 급증한 카드론을 새로운 경제 뇌관으로 지목하고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개미투자자 박모씨(43)는 지난해 주식 투자로 2760만원을 벌었다. 은행에서 빌린 신용대출 5000만원과 마이너스통장 7000만원 등 1억2000만원을 투자해 거둔 이익으로 수익률은 23%다. 박씨는 주식 추가 매수를 위해 은행에 대출을 문의했으나 “더 이상 대출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박씨는 “은행 대출 대신 연 16.21% 금리의 신한카드 스피드론(카드론) 3000만원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며 “이자가 높은 편이지만 주식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이자 은행에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한도까지 채운 투자자는 고금리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 눈을 돌린다.

카드론 금리는 15~20%로 은행권 신용대출 등과 비교하면 3~4배 이상 높지만 별도의 대출심사 없이 바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드사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36개월 동안 돈을 빌려준다. 금리가 높은 탓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소액 생활비로 활용됐지만 최근엔 빚투족의 투자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IPO) 초대어 출격 준비… ‘빚투’ 가속화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현대·우리·하나·롯데)의 카드론 표준등급 평균금리는 13.31%다. 삼성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14.27%로 가장 높고 ▲신한(14.17%) ▲롯데(13.89%) ▲KB국민(13.22%) ▲하나(13.21%) ▲현대(12.85%) ▲우리(11.61%) 등의 순이다. 경남·광주·씨티·SC제일은행 등 금융회사까지 포함하면 국내 카드론 평균금리는 약 14%다.
문제는 카드론 이용자 중 상당수가 연 14%가 넘는 고금리를 이용하는 점이다. 7개 카드사의 적용금리대별 회원분포현황을 보면 10명 중 6명이 연 14~24%의 높은 금리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카드(68.12%)를 비롯해 ▲롯데(64.52%) ▲신한(61.99%) ▲KB국민(60.44%) ▲우리(53.74%) 등의 고금리 카드론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하나카드(47.47%)와 현대카드(41.14%)의 고금리 판매 비중도 40% 안팎에 달했다.
빚투 열풍에 카드론 수요가 커지자 고금리 판매비중도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4조1544억원으로 1년 새 1조630억원(34.3%)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차 유행한 같은 해 3월(4조3242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카드론 이용금액은 지난해 4월(4%)과 5월(-1.7%) 두달 간 동안 주춤했으나 6월 들어 16.3%를 기록한 데 이어 7월과 8월에도 각각 8.5%와 11.7% 등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기업공개(IPO)시장에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가 등장하면서 청약으로 1주라도 얻기 위한 투자자금이 증시에 모였다.

당시 카카오게임즈의 증거금은 58조5543억원, SK바이오팜은 30조9899억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58조4237억원 등 연이어 역대급 기록을 보였다. 올해는 최대 공모금액이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크래프톤·SK바이오사이언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종목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빚투족의 카드론 이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IPO기업에 투자하려는 우량 고객의 카드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용등급은 높지만 기존 대출이 많은 수요자가 카드론으로 향할 유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 임원을 소집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 조절을 당부했다. 그러나 가파른 신용대출 절벽에 대출 수요는 점점 더 카드론에 몰리고 있다.



저금리에 돈 버는 카드사, 커지는 리스크


최근 신규대출 고객 잡기에 나선 카드사의 영업전략도 통했다. 최근 카드사는 체크·신용카드 회원이 아닌 비회원에게 소액 신용대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비회원 신용대출 이용한도는 최대 3000만원이며 이자율은 연 6.9~23.0% 수준이다.
우리카드 ‘우카 마이너스론’은 신용카드 보유 고객 중 신용도가 우수한 회원이면 약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한도는 최고 1억원이며 금리는 연 4.0~10.0%다. 신한카드 ‘마이너스론’의 이용한도는 300만~5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8.7~21.9% 선이다. 기본 약정기간은 12개월로 신용도에 따라 1년 단위로 최장 3년까지 자동 연기가 가능하다.

카드론 광풍에 이자수익이 늘어난 카드사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조달원가(조달금리)가 줄어든 상황에 신용원가(가산금리) 등을 올려 이자수익을 늘릴 수 있어서다. 카드업계가 대출금리의 합리성 제고를 위해 마련한 모범규준에 따르면 카드론은 ▲조달원가 ▲신용원가 ▲업무원가(마케팅비용) ▲자본원가(대손충당금)에서 조정금리(우대금리)를 뺀 금액으로 결정된다.

조달금리는 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금리(3년물)로 결정되는데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0.50%로 유지한 후 2% 후반까지 떨어졌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약 4%이며 업무원가는 4% 안팎이다. 저금리에 비싼 대출을 팔아 수조원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상반기 7개 전 업계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 수익률은 167%에 달했다. 당시 카드사의 입금 조달비용(차입금이자+사채이자)은 9572억원에 불과했으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통해 2조556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카드론은 투자자금 외에 생활자금이나 이자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도 이용한다”며 “경기 하락으로 카드론 이용자의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잠재 부실이 터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드론 이용자 중에는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가 많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카드론 이용자 260만3541명 중 절반 이상인 약 146만명(56.1%)이 3곳 이상에서 카드론을 이용한 다중 채무자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카드론 회수율은 11.8%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26.6%)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빚으로 빚을 막는 다중채무자가 대출 부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카드론이 자산 투자 목적의 우회로로 쓰이는 일이 없도록 카드사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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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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