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수원 손실보전 요청에 산업부 "보전 노력" 靑 관여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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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폐쇄 직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교환한 공문에서 청와대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원전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한수원이 손실보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자, 산업부는 제도보완을 통해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산업부가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기 이틀 전에 작성된 것인데, 청와대 조율로 원전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보전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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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산업부 약속만 믿고 의결한 셈
檢 '구체적 보전 대책 없이 약속'에 주목
한수원 요청 받은 날 靑에도 공문 보내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직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교환한 공문에서 청와대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원전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한수원이 손실보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자, 산업부는 제도보완을 통해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은 산업부가 구체적 해결책도 없이 손실보전 약속부터 언급한 것은 청와대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조기 폐쇄 따른 손실보전 방안 논의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한수원과 산업부 등에서 압수수색한 자료 가운데, 월성 1호기 폐쇄 및 가동중단을 의결한 한수원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오간 공문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2018년 6월 11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산업부에 보낸 공문에는 ‘원전 조기폐쇄로 인한 손실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사진들의 배임이 이뤄질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산업부는 한수원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인 2018년 6월 14일 ‘현재로선 손실보전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으니 추후 제도보완을 통해 보전해 주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한수원 측에 답변했다. 해결책을 제시 받은 것도 없는데, '노력하겠다'는 산업부 말만 믿고 한수원 이사회는 원전 폐쇄 결정을 내린 셈이다.
실제로 산업부가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손실보전을 위한 제도개선은 2년이나 지난 지난해 7월 2일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사업과 관련해, 에너지정책 이행과 관련해 산업부 장관이 인정하는 전기 사업자의 비용보전을 위한 사업을 신설한 것이다. 이로써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 설비교체에 투입된 5,600억원의 매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산업부가 한수원에 보낸 공문에 손실보전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이 담겨 있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손실보전은 산업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닌데도, 자신 있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도 관계부처 의견을 두루 들어보는 게 일반적 절차”라고 밝혔다.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는 산업부로부터 공문을 받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원전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을 결의했다.
공문 교환 전후해 청와대 보고 문건 다수
산업부가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한 원전 관련 내부자료 530건 중에는 한수원과 산업부가 손실보전 공문을 주고 받았던 시점에 청와대가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_(사회수석보고)_오타 수정’과 ‘산업비서관 요청사항’ 문건이 2018년 6월 11일에 작성됐다.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과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으로 한수원이 산업부에게 손실보전 요청 공문을 보낸 날과 일치한다.
다음날인 6월 12일에는 산업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보전 소요’ 문건도 작성됐다. 산업부가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기 이틀 전에 작성된 것인데, 청와대 조율로 원전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보전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수원 내부사정을 잘 아는 원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인 탈원전이 국정에 반영되는 건 당연하지만, 한수원과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에만 매몰돼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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