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현금청산' 논란.. 2·4 대책에 부동산 시장 '뒤숭숭'
아파트 대신 빌라 입주 고려한 실수요자 '난감'
법적 논란 불가피.. 반면 아파트 수요는 공고
"2·4 부동산 대책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경기에 거주하는 직장인 A(37)씨는 설 연휴 동안 속앓이를 했다. 원래 그는 내년 초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빌라로 이사할 예정이었다. 실거주 목적으로 자금조달계획까지 마련하고 있었으나, 지난 4일 상황이 반전됐다. 이곳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시행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재산권이다. 정부는 4일 이후로 2·4 대책 사업구역에서 부동산을 매수한 입주민에겐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부여하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자칫 매맷값보다 적은 돈을 받고 쫓겨날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A씨는 "공공 직접시행에 반대하는 주민이 적잖다"면서도 "사업구역이 어디가 될지 몰라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2·4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뒤숭숭하다.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추후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에 4일 이후 부동산을 매수하게 되면 그 부동산은 무조건 현금청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인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나, 정부는 그렇지 않단 입장이다.
매수세 멈춰선 빌라 시장... 민간 대비 낮은 사업 동의율도 논란
14일 업계에 따르면 2·4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대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재개발 사업장은 일찌감치 주민 간 갈등 양상도 보인다. 민간 재개발 대비 낮은 동의율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은 비교적 잠잠하다.
연립·다세대주택 수요자는 당혹스럽다. 지난해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대체 주택으로서 빌라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공공재개발 후보지까지 발표되며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41% 상승,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수세는 일단 멈춰 섰다. 정부는 빠르면 올 하반기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진행하겠단 방침이라, 시장 경색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감정가에 기초해 현금청산을 당할 수도 있단 불안감에 거래가 아예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사업 진행 동의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조합원 50%가 동의하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후 조합이 1년 내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확정된다. 이는 조합원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민간 재개발 사업시행인가 절차보다 크게 완화된 조건이다.
일각에선 2·4 대책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우려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체 조합원이 3,000명일 경우 1,000명이 반대해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진행한다는 의미"라며 "입주권을 못 받는 조합원은 결정 이후에도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입주권 둘러싼 논란 불가피... 정부는 "문제없다"
법적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업구역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입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다분하단 것이다. 실제 주택법에 따르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장은 조합 설립,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이후부터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지위의 양도가 금지된다.
전문가들도 이 지점을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구역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4일을 기준으로 입주권 부여 여부를 결정한단 방침은 법적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부는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한단 방침이다. 입주권 부여 기준일을 4일로 해도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기존 소유자의 재산에 대한 보상은 현금보상이 원칙이며, 감정평가 후 실시하는 보상은 헌법상 정당보상에 해당한다"며 "우선공급권을 부여해 보상하는 방식은 선택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 수요 늘어나
반면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시장은 잠잠하다. 특히나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장은 2·4 대책 영향이 없을 것이란 여론이 비등하다. 시공사 선정 외 모든 권한을 공공에 넘겨주는 사업 방안을 선택할 리 없단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곳 주민들은 공공사업에 대한 반발이 커서, 혜택이 아무리 많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도 여전히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4 대책이 발표된 이후인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은 111.9로, 전주 대비 1.3포인트 높아졌다. 매매수급 지수가 높을수록 시장에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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