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락모락 가래떡을 집으로.. 재래시장 배달 혁명
지난 4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신매전통시장에는 지지고 볶는 소리가 요란했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장날,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미리 제수용품 등을 사러 온 손님과 이들을 맞이하는 상인 모두 활기가 넘쳤다. 시장 어귀 연희떡방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사려고 긴 줄이 늘어섰다. 한 손님이 “떡 한 상자 배달돼요?” 묻자 주인은 “되지예, GO배달 있다 아입니꺼” 했다. ‘GO배달’은 작년 7월 시작한 이 시장만의 집앞 배송 서비스 이름이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신매시장은 배달에서 활로를 찾았다. 간편포장 상품을 개발하고 친환경 캠페인도 벌이는 등 유통 환경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변신 중이다.
◇반경 5㎞ 내 배달…누적 매출 2억원
작년 초 대구는 ‘신천지발(發) 코로나 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신매시장 역시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2~3월에 손님이 평소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작년 2월 27일과 3월 5일에는 목요장(木曜場)을 건너뛰기도 했다. 1993년 시장이 생겨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김승길(55) 신매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방역을 철저하게 해도 공포감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며 “고객이 오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GO배달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GO배달 접수는 온·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데, 배달은 시장 내 센터에서 담당한다. 배달 구역은 시장을 중심으로 반경 5㎞ 안팎이다. 배달원은 총 5명이 있는데, 모두 수성구자활센터에서 소개받고 있다. 김승길 단장은 “자활센터를 통해 배달원을 뽑으면 차상위계층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고, 우리로서는 자활센터로부터 배달 차량 2대도 지원받을 수 있어 1석2조”라고 했다. 배달비는 모두 시장 측에서 공동 부담했다.
신매시장은 배달에 특화된 간편포장 상품 ‘신나고 양품’도 선보였다. 떡과 반찬은 물론 제육볶음, 간장게장 등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Meal Kit)까지 총 13종을 만들었는데, 제품 특성에 따라 용기와 포장 디자인도 맞춤 제작했다. 신매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은경(58)씨는 “매일 (신나고 양품) 밑반찬세트 20개를 만드는데, 항상 매진”이라며 “우리 가게 인기 상품 중 하나”라고 했다. 신매시장에 따르면, GO배달 주문 건수는 작년 7월 224건에서 지난달 656건으로 3배가 됐다.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액은 약 2억원으로 추산된다.
◇장바구니 나눔 등 친환경 캠페인도
신매시장에선 얼룩말 무늬 장바구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대구 섬유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가지고 제작한 제품인데, 시장 측에서 대량 구매해 시장을 찾는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또 반찬을 살 때 개인 반찬통에 담아 가는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반찬통 무료 나눔 행사도 가졌다. 시장상인회 매니저 천상원(30·백경수산건어물)씨는 “친환경 캠페인 이후 시장에서 흔히 쓰는 검은색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20% 줄었다”고 했다.
작년 9~10월에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신난데이’ 행사도 14차례 진행했다. 방역 지침을 준수해 추석, 한글날, 핼러윈 등 이벤트를 열었는데, 10~40대 고객이 평소보다 55% 증가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코로나 사태와 다른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작년 9월 신매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났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조봉환 이사장은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전통시장이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해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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