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사 배당금 축소에 화난 주주들.. 하반기에 보상 있을까

김효인 기자 2021. 2. 1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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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주
작년 순이익 크게 늘었는데 당국 권고로 배당 전년보다 줄어
하반기 경제 상황 나아지면 자사주 매입·중간배당 할 수도

금융 당국이 지난 12월 은행권에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금 비율)을 20% 안팎으로 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2월 들어 금융지주사들이 당국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배당금을 보고 금융주에 투자했던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보험사들에도 배당 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 사태로 연체 등 금융 불안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사들이 유사시에 쓸 수 있는 ‘총알’을 미리 비축해놓으라는 차원이었다.

당국의 과도한 배당 억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통적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금융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보상이 있으리라 기대되는 만큼 일단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금융 당국 압박에 최대 이익에도 배당금 깎은 금융지주들

지난해 KB·신한·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은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 순이익을 냈다. 2019년과 비교하면 각각 5.7%, 0.3%, 10.3% 증가했다. 순익 1조8722억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감소한 우리금융만 빼면 4대 금융지주 중 3곳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각 금융사

그러나 주주들이 누리게 될 배당금은 오히려 2019년보다 줄었다. KB·하나 금융은 각각 지난 4일과 5일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배당 성향을 20%로 확정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두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모두 6%포인트 하락했다. 주당 배당금은 KB가 1770원으로 2019년(2210원)에 비해 20% 줄었고, 하나는 1850원으로 2019년(2100원)에 비해 12% 감소했다. 3월 초로 이사회를 미룬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금융 당국 권고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감독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이의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금융지주들의 배당금 축소 결정에 주주들은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은행주의 배당 축소를 반대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며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 의무를 정부에선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에 금융지주는 일제히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환주 KB금융 CFO는 “자본 관리 권고안이 6월 말까지인 만큼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중간 배당 등 주주 환원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부터 중간 배당을 실시해온 하나금융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후승 하나금융 CFO는 “배당(축소)은 이번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주주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기 배당 제도를 도입하고 하반기에 대규모 배당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배당주 투자는 급성장보다 실적 안정 기업”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주 이익 환원 조치가 현실화할 것이므로 은행주 보유를 유지하고, 새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이례적으로 배당 성향을 줄였지만, 대다수 금융지주가 정부가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하반기 배당을 통해 작년 아쉬웠던 부분을 보상해 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주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급격히 성장하는 업종보다는 일관되게 성장세를 유지하며 주주 환원을 지속적으로 해온 기업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당주를 고를 때에는 배당 수익률(1주당 배당금 비율)이 높은 기업을 고르는 것이 당연하고, 일회성으로 높은 배당 성향을 보인 곳이 아닌 건실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진 연구원은 “배당은 그 회사의 현금 흐름이 충분히 좋을 때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가 많이 필요한 급성장 기업보다는 안정된 실적을 내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회사의 향후 수년간을 예측할 수 있고, 시장 지위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배당주로서 가치가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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