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굴욕, 유럽 최대 주식거래 도시 타이틀 뺏겼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영국의 런던을 밀어내고 유럽 최대 주식거래 중심 도시로 도약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EU와 영국이 결별한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1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암스테르담에서는 하루 평균 92억유로(약 12조3500억원) 주식이 거래돼 하루 86억유로(약 11조5400억원)가 거래된 런던을 추월했다. 작년에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런던 175억유로(약 23조4900억원), 암스테르담 26억유로(약 3조4900억원)였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거래량의 큰 변화가 발생한 이유는 올해 1월 1일부터 영국과 완전히 결별한 EU가 회원국 금융회사들이 유로화로 표시되는 주식·채권을 EU 내에서 거래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주식거래 규제가 EU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EU 금융 기업들이 그동안 런던에서 거래하던 유로화 표시 주식 거래 물량을 EU로 옮겼다.
유럽 본토 도시 중에서도 암스테르담으로 주식거래량이 대거 이동한 이유는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 운영 업체인 유로넥스트의 운영본부가 암스테르담에 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초 세계 최초로 증권거래소를 설립한 나라다. 동양과의 무역을 위해 설립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된 것이 계기였다. 17세기에 먼저 ‘유럽 최고의 금융도시’로 발돋움했다가 그 타이틀을 런던에 넘겨준 암스테르담이 다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 분야에서 런던의 위상은 계속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에 따르면, 작년 10월까지 런던에서 일하던 금융회사 직원 7500명과 1조2000억파운드(약 1840조원)의 자산이 유럽 본토로 이동했다.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주식거래량의 도시 간 이동이 당장 큰 타격을 부르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런던에서 금융 분야 일자리가 계속 감소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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