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첫통화… 경제·인권놓고 붙었다
시진핑 “美, 신중히 행동하라”
바이든, 통화 다음날 의원들 만나 “中이 우리 점심 먹어치울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설 전날인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했다. “음력 설을 맞은 중국 국민을 축하한다”는 바이든의 인사말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시작한 통화는 2시간여 이어졌다. 양 정상은 통화에서 신장(新疆)·홍콩·대만 등 민감한 문제에서 각자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민의 안보, 번영, 건강, 생활 방식을 보호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보존하는 것이 자신의 우선 사항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 관행, 홍콩(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탄압, 신장의 인권침해, 대만을 겨냥한 것을 포함해 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강고한(assertive) 행동들 등에 대한 근본적 우려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코로나, 세계 보건 안보, 기후변화, (핵)무기 확산 방지 등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대만, 홍콩, 신장 등의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자 중국의 주권, 영토 보존에 관한 문제”라며 “미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반드시 존중하고 신중히 행동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또 “중·미가 몇 가지 문제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건설적인 방식으로 이견을 통제,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화통신은 “양측은 중·미 관계와 공통 관심사에 대해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기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한 다음 날 상원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시진핑과 2시간 통화했다. 좋은 대화였다”면서도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중국인)이 우리 점심을 먹어치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것이란 취지다. ‘누군가의 점심을 먹어치우다(eat someone’s lunch)’란 영어 표현은 경쟁에서 상대를 능가해 큰 타격을 줄 때 흔히 사용된다.
바이든은 시진핑과 통화에 앞서 미 국방부를 찾아 대중 정책을 수립할 ‘차이나 태스크포스’ 발족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미 국무부의 성 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10일(현지 시각) 샤오친메이 주미 대만 대표를 만났다. 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 시각) 티베트 불교인들이 즐기는 새해 축제인 ‘로사(Losar)’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티베트의 언어, 종교,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예우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행보다.
미·중 정상 통화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에서 “통화에서 주목할 것은 시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음력 새해 전날 중국 국민에게 신년 인사를 전한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인민을 존중하는 자세로 읽힌다”고 했다. 중국 일각에서는 바이든 부부가 12일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향해 “음력 새해를 쇠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빈다”는 영상 메시지를 낸 것도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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