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마리오’ 이탈리아 구원투수로
여야 모두 참여한 ‘거국내각’ 꾸려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를 해결한 주인공이었던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총리로 13일(현지 시각) 취임했다. 드라기 신임 총리는 이날 로마 시내 퀴리날레궁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곧바로 새로 임명한 장관들을 소집해 첫 번째 국무회의를 열었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는 것이 새로 출범한 내각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내각은 이탈리아에서 2차 대전 이후 67번째 정부다. 지난달 원내 1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민주당이 주축인 연정(聯政)이 내부 분열로 붕괴되자,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경제 관료 출신인 드라기를 지목했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에서는 총리가 실권을 갖지만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 평소 상징적 존재인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사람을 지명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드라기는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중도 성향의 거국내각을 꾸렸다. 24명의 장관 중 6명은 우파 정당, 5명은 좌파 정당, 4명은 중도 성향의 오성운동 소속이다. 나머지 9명은 전문 직업 관료들이다.
드라기는 경제 분야에서 특출난 경력을 쌓았다.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경제학 박사인 그는 피렌체대 교수, 세계은행 집행이사, 이탈리아 재무부 차관보, 골드만삭스 부회장, 이탈리아중앙은행 총재를 거쳐 2011년부터 8년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ECB 총재를 맡았다. 과감한 경기 부양으로 유로존 재정 위기를 극복해 ‘수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탈리아에서 비(非)정치인 전문 관료가 총리가 된 것은 2011년 마리오 몬티 이후 10년 만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거국내각이 큰 진통 없이 출범한 배경에 대해 7500억유로(약 1000조원)에 달하는 EU 코로나회복기금 중 이탈리아 몫이 2090억유로(약 280조원)로 가장 많이 배정된 것과 관련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정당이 막대한 코로나회복기금을 각자의 지지 계층이나 주된 지지 기반이 있는 지역을 위해 투입하겠다는 계산으로 거국내각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회복기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를 놓고 벌어지게 될 정당 간 다툼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드라기가 직면한 과제라고 유럽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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