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넘어 서울시 聯政, 야권서 힘받는다
양자대결 접전에 상대층 끌어안기 나서.. 與는 "나눠먹기 민망"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이 야권 단일화를 넘어 단일화에 참여한 진영이 참여하는 ‘연립(聯立) 지방정부’ 구상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처음 제안했던 서울시 공동 운영 주장에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양자 대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도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선거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4일 “안 대표와 서울시 공동 운영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나는 중도 우파로 안 후보와 노선이 다르지 않다”면서 “외국에는 연립정부의 실험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주의 상식 연합'이 정치 혁신 플랫폼이 돼야 한다”면서 연립 지방정부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더 큰 상상력과 포용의 정신으로 더 넓은 플랫폼을 펼쳐야 한다”며 “안철수 후보뿐 아니라 무소속 금태섭 후보, 더 넓게는 시대전환 조정훈 후보까지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서울시 연정(연립정부) 구상에 힘을 실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제3지대 후보가 단일화를 하더라도 승자 독식 방식으로는 범야권에 대한 지지를 결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립 지방정부는 승리 가능성을 높여 후보 단일화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서울시를 범야권이 공동으로 운영하자”고 할 때만 해도 냉랭한 반응이었다. 두 달여 만에 연정 구상에 호응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단일화만으로는 야권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박영선 전 장관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양자 대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모두 승리하고, 안철수 대표와도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안 대표의 지지층을 끌어안지 않으면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은 안 대표의 ‘연립 지방정부론’에 동의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재임 시절 정무부지사 자리를 민주당 인사에게 넘겨주는 식의 연정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부시장은 국민의당 인사가 맡고, 반대로 국민의당 후보가 시장이 되면 부시장을 국민의힘 인사가 하는 방식이다. 야권의 서울시 연정을 통해 내년 대선에서도 야권 연대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하지만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 측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범야권 세력을 결집할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라며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줄곧 ‘3자 구도 승리론’을 주장해왔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당내 후보들이 ‘연립 지방정부’ 구상을 밝히기 하루 전 “단일화는 숙명”이라며 단일화에 무게를 뒀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초창기엔 단일화에 대해 조금 염려를 해서 삼자 대결(민주당-국민의힘-안철수)도 생각했지만, 최근 상황은 단일화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야권 단일화는 숙명적”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야권의 연정 구상을 선거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강선우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1년 남짓한 임기를 수개월씩 돌아가면서 하겠다는 뜻인지, 동작을 나경원·광진을 오세훈·노원병 안철수로 시정을 나눠서 하겠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며 “나눠 먹자고 약속하는 모습이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체 없는 공동 운영 제안은 결국 ‘내 밥그릇 하나는 제대로 챙기겠다’는 얕은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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