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7.3 강진… 공포에 떤 일본
13일 오후 11시 8분쯤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强震)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은 진앙으로부터 수백㎞ 떨어진 도쿄에서도 수십 초간 흔들림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2011년 봄 동일본 대지진과 여진(餘震) 이후 후쿠시마 해역에서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지진에 따른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후쿠시마현을 포함해 인근 지역 80여만 가구가 정전됐다가 하루 만에 복구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14일 비상 각료회의를 열고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진도 6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으니 국민들은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
日 대지진 공포... “쓰나미 없다” 방송에도 시민들 고지대로 뛰었다
13일 자정 무렵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등 일본 동북부 지역 육지에서 진도 6강(强)의 충격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진도 6강은 사람이 서 있기가 어렵고 실내에 고정되지 않은 가구의 대부분이 흔들려 넘어질 가능성이 큰 것을 의미한다. 창문, 유리가 파손되거나 벽 타일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후쿠시마현의 경우 약 30초간 건물이 강하게 흔들렸다고 NHK방송은 전했다. 후쿠시마현의 한 주민은 NHK방송 인터뷰에서 “10년 전 3·11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한 흔들림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동북부 해안에서 이번과 같은 대형 지진이 일어난 것은 동일본 대지진과 그 여진이 발생한 이후 10여년 만이다.
이날 지진으로 150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곳곳에서 건물이 파손되는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었고, 급히 대피하는 사람도 많았다. 후쿠시마현의 경우 이와키시 쇼핑센터의 대형 유리창이 깨지는 등 많은 건물이 파손됐다. 2011년 대지진 당시 약 3500명이 사망한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시민들은 쓰나미가 발생할 것에 대비, 한밤중에 황급히 짐을 싸서 집을 떠났다. NHK 등 일본 방송은 “쓰나미의 가능성은 없다”고 수십 차례 강조했으나 10년 전 쓰나미 참사를 떠올린 시민들은 고지대로 대피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집이 완전히 파괴됐던 한 주부(50)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위로) 밀어 올리는 듯한 흔들림이 두 차례 있었다. 10년 전처럼 위험하다고 생각해 남편, 딸과 함께 가재도구를 차에 싣고 재빨리 피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에서 주류 판매업을 하는 한 남성은 NHK방송에 “10년 전 대지진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단번에 밀어 올리는 것처럼 흔들려서 놀랐다”며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이런 지진이 발생해 정말 괴롭다”고 말했다.
지진 충격으로 도쿄도와 이바라키·도치기현 등에서 약 80만 가구가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전된 지역의 수백만 주민은 제대로 잠들지 못한 채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밤을 꼬박 새워야만 했다. 정전 피해는 14일 오후 모두 복구됐다. 일본 동부 지역의 고속철도 신칸센 구간에서도 정전이 일어나 일부 지역 운행이 중단됐다. 도호쿠 지역에서는 약 5000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이온과 대형 백화점은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이번 지진은 대형 지진이었지만 규모 9.0에 달했던 3·11 대지진에 비해서는 위력이 약하고, 진원이 55㎞로 비교적 깊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시민이 잠들었거나 귀가한 밤 11시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도 피해를 줄였다는 평가다.
후쿠시마 제1원전과 이바라키현에 있는 도카이 제2원전 등 일본 동북부의 원자력발전소에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3·11 대지진으로 폐로(廢爐) 된 후쿠시마 제1원전 5·6 호기 건물의 사용후연료 수조에서 소량의 물이 넘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조사 결과, 수조로부터 넘친 물의 양이 소량으로 방사선량도 많지 않고 외부로 나가지도 않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지진이 3·11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餘震)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3·11 대지진은 수십만 ㎢의 단층면이 부서질 정도로 이례적으로 큰 지진이었는데 당시 분출된 힘이 쌓여 있다가 10년 만에 여진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 관계자도 “이번 지진이 발생한 위치로 볼 때 10년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동일본 앞바다는 태평양판(플레이트)과 북아메리카판이 부딪쳐 대형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지난 10년간 일본 해역과 본토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총 11차례 발생했다. 도쿄대 지진연구소의 가토 아이타로 교수는 “2011년의 여진에서도 정전이 발생하는 등의 큰 피해가 나왔다”며 “흔들리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피해가 커지기 쉽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진이 발생하자 22분 뒤인 13일 오후 11시 30분 관저로 급히 나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번 지진으로 약간의 해수면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진해일(쓰나미)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회는 이번 지진이 3·11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일어난 것을 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지진에 따른 충격과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시 강진이 덮쳐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당시 쓰나미로 인해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충격을 줬고, 상당수 지역 주민이 일상생활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복구 활동이 진행 중인 곳이 많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민심이 안정되지 않은 동북부 지역에 다시 지진이 덮쳐 현지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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