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 통화 다음날 "中이 우리 점심을 먹어버릴 것"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021. 2.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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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정상 첫 통화 2시간 신경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중 간 날 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핵심 이슈에 대해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 민감한 현안 놓고 2시간 기 싸움

백악관은 통화 직후 낸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 관행, 홍콩 탄압, 신장 지역의 인권침해 및 대만을 포함한 지역 내의 독선적인 행동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첫 통화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 대만, 신장 문제 등을 꺼내 든 것은 물론이고 ‘강압적’, ‘독선적’ 같은 날 선 표현들을 사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다음 날인 11일 백악관에서 일부 상원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의 점심을 먹어 버릴 것(eat our lunch)”이라고 했다. 이 표현은 ‘상대가 우리를 이겨 버린다’는 뜻으로 미국에서 통용된다.

중국 측은 향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정상 간 통화 후 내놓은 발표에서 표현 수위를 다소 낮췄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지난 반세기 이상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미중 관계 회복과 발전을 꼽았다”며 “그는 우여곡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미중 관계가) 큰 성과를 거두고 행복하게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오늘 통화를 공동 관심사를 긴밀히 연계하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대만, 홍콩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라며 “미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맞섰다. “미중 양측은 서로 정책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오판을 피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두 정상은 팬데믹(대유행), 기후변화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 “中이 이용한 낡은 포용정책 회귀 안 돼”

미중 정상 간의 이번 통화에 대해 위마오춘(余茂春·미국명 마일스 위)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과 최고위급 커뮤니케이션을 재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거의 낡은 포용 방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위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 핵심 설계자로 평가받는 중국 전문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을 지내며 대중국 강경책의 기본 틀부터 세부적인 전략, 전술까지 총지휘한 배후 인물로 평가받는다.

위 연구원은 12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이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서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가 중국과 협력해야 할 이슈는 기후변화 외에도 많다”고 지적했다. 무역 불균형, 지식재산권 탈취, 대북 제재 불이행 등이야말로 중국이 진지하게 관여하고 협력해야 할 분야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언젠가부터 중국과의 관계에서 ‘포용을 위한 포용’에 너무 집착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포용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이용하거나 갖고 놀려 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중단시켰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은 미국만의 문제나 동아시아, 인도태평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한 글로벌 도전”이라며 “중국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사이버 공간, 해양, 우주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분명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이 장기적으로 시 주석의 정권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시진핑 권력을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문제는 시 주석 개인이 아니라 그런 인물을 만들어내는 중국의 공산당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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