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왜 나스닥이 아닌가.. '자금 최대한 유치, 김범석 경영권 보장'
장기 생존 위해선 '돈 되는' 사업모델 보여줘야
소문만 무성하던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공식화됐다. 쿠팡은 미 증시 데뷔 무대로 당초 예고됐던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택했다.
투자금이 말라가는 시점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공개(IPO) 이후에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는 NYSE가 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YSE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쿠팡은 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전자상거래(e커머스)의 고질적인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돈 되는' 부가 서비스 등 신사업을 구축하는 게 쿠팡의 최대 과제다.
왜 지금 뉴욕증시인가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13조3,000억원으로 전년(7조1,407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비대면 쇼핑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결과다.
쿠팡 매출이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주문 다음 날 도착하는 '로켓배송' 효과가 컸다. 전국 로켓배송을 위해 지금까지 쿠팡은 한 곳당 수천억원씩 쏟아부으며 국내 30여 개 도시, 150여 개 물류센터를 지었다.
막대한 투자 자금은 모두 외부에서 조달했다. 쿠팡은 현재까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4억달러(약 3조7,6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고, 이를 대부분 투자에 소진했다. 비전펀드를 포함한 추가 투자는 2018년 말 이후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비용 저수익' 사업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누적 적자는 4조원에 육박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증한 시점에 기업 성장성을 인정받고 자금을 조달하려면 지금이 상장 적기인 셈이다. NYSE는 미래 가치를 위주로 보는 나스닥보다 상장 요건이 한층 까다로운 '블루칩' 중심 증시다. 2018년 1조1,383억원까지 치솟았던 쿠팡의 적자 규모가 지난해(-5,257억원) 절반 이상 줄어 재무상태 개선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NYSE가 세계 최대 규모 증권거래소란 점에서 최대한 몸값을 높게 책정받기 유리하단 계산도 깔렸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쿠팡 기업가치를 33조~55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분율 희석으로 인한 경영권 약화를 방어해야 한다는 점 역시 NYSE행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NYSE에는 국내 증시에서 불가능한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다. 창업주에게 다른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이 부여돼 의사결정권을 높일 수 있다.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쿠팡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되고, 클래스B는 클래스A 대비 주당 29배의 의결권이 있다. 클래스B 주식은 김 의장만 보유한다. 지분율 1%로 의결권 29%, 2%면 58%로 과반을 넘겨 주주총회를 장악할 수 있는 '슈퍼 주식'으로 경영권이 보장된다.
제2의 아마존은 가능한가
상장 후 쿠팡은 장기 생존이 가능한 체질로 전환하는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쿠팡과 자주 비교되는 아마존이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는 쇼핑몰이 아니라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사업이다. 영업이익의 60%가 AWS에서 나온다. 박리다매인 온라인쇼핑의 낮은 수익성을 AWS가 만회하는 구조다.
현재 쿠팡의 주요 수익 지표가 되는 건 월 2,900원씩 꼬박꼬박 내는 유료 멤버십(와우) 회원 규모다. 작년 말 기준 와우 가입자는 1번 이상 결제한 전체 활성 고객(1,485만명)의 32%로 약 500만명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가 와우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 외 다양한 미끼 상품으로 와우 회원 충성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간편결제 서비스 쿠팡페이를 앞세운 금융업 등 핀테크 영역 확장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e커머스 사업모델도 이르면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한 변곡점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동량 상승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류 시스템에선 배송지가 가까울수록 시간당 배송처리 건수가 올라가고 건당 단가는 내려간다. 쿠팡이 적자를 무릅쓰고 전국에 물류센터를 지은 것 역시 물류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여기에 상품 보관·배송 등을 일괄 대행하는 풀필먼트 사업(로켓제휴)을 강화하면, 쿠팡 배송 시스템을 빌려주는 식으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로켓제휴 수수료는 일반 입점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돼 수수료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며 "와우 멤버십 경쟁력 강화를 통한 택배 밀집도 증가와 택배단가 하락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손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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