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협력으로 미세먼지 줄었다더니.. 환경부, 설연휴 하늘 보셨나요?
설 연휴 기간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이 미세 먼지로 뒤덮였다. 중국 경제 활동이 코로나로부터 빠르게 회복된 데다, 한반도 주변 기상 정체까지 겹쳐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올봄에 유사한 미세 먼지 악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 올 첫 수도권 미세 먼지 저감 조치
지난 11~14일 서울⋅경기⋅인천⋅충북⋅충남⋅세종 등 여섯 광역 시도에선 초미세 먼지(PM 2.5)가 ‘나쁨’ 이상(36㎍/㎥ 이상)인 날이 4일 연속 이어졌다. 서울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일 23㎍/㎥에서 11일 50㎍/㎥이 된 이후 사흘간 60~70㎍/㎥을 오갔다. 서울 양천구는 13일 91㎍/㎥까지 치솟았고, 구로(90㎍/㎥), 강서(89㎍/㎥), 금천(86㎍/㎥), 영등포(85㎍/㎥), 마포(80㎍/㎥), 서초·동작(77㎍/㎥)에서도 ‘매우 나쁨(76㎍/㎥ 이상)’을 기록했다.
인천에선 12일 초미세 먼지 농도가 77㎍/㎥에 달해 ‘매우 나쁨’을 나타냈다. 경기도도 13일 초미세 먼지 농도가 74㎍/㎥까지 치솟았다. 충북⋅충남⋅세종도 나흘간 50~70㎍/㎥으로 ‘나쁨~매우 나쁨’ 상태가 이어졌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엔 올 들어 수도권에서 첫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오염 물질 배출 사업장과 건설 현장에서 조업 시간이 조정되고, 지자체가 도로 물청소 등에 나섰다.
환경부는 연휴에 앞서 별다른 경고를 하지 않다가 12일 농도가 치솟자 보도자료를 내고 “설 연휴 내내 미세 먼지가 계속된다”고 했다. 11일 밤 인천⋅경기⋅충남 일부에 이어 12일 서울⋅세종 등으로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확대됐지만 연휴가 시작된 이후여서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은평구의 김모(41)씨는 “코로나로 고향에도 못 갔는데 미세 먼지가 겹쳐 가족들과 집 주변 산책조차 포기했다”고 했다. 환경부는 10일 중국 생태환경부와 합동 발표를 통해 “양국 상호 협력으로 2015년 대비 2020년 한국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26.9%, 중국이 28.3% 각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가 머쓱한 입장이 됐다.
특히 이번 중부의 미세 먼지는 이례적으로 4일이나 ‘나쁨’ 상태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기압골의 변화로 대기가 장기간 정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베링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일본 동북쪽에 남북 방향으로 길게 기압릉(氣壓陵)이 형성돼 바람의 이동을 막는 ‘블로킹’(blocking)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평소에는 동쪽으로 흘러갔을 오염 물질이 그대로 한반도 상공에 갇혔다는 것이다.
◇ 중국 코로나 회복에 미세 먼지 비상
상대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덜 받은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영향 탓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는 예년의 80% 정도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며 “중국 경제가 거의 정상 가동되고 있어 앞으로 미세 먼지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작년 2~3월 중국이 감축한 초미세 먼지의 71%는 코로나로 인한 에너지 소비 감소였고, 날씨 요인(16%)과 정부 정책(13%)의 영향은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 활동이 정상 궤도로 돌아서자 다시 미세 먼지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이 작년 2.3% 성장에 이어 올해 8.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15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짙은 미세 먼지가 예고됐다. 15일 서울·인천·경기 남부·충남·대구는 미세 먼지가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됐다. 오후 들어선 대기가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미세 먼지가 풀릴 전망이다. 경기 북부·강원 영서·세종·충북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을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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