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추행' 전 서울대 교수 강연 KAIST 초청자 "학생 대상 아닌 전문가 연구성과 공유 자리"

고재원 기자 2021. 2. 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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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재직 시절 인턴 여학생과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 모 전 서울대 교수가 KAIST수리과학과가 개최하는 학술세미나에 강연자로 초청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수를 초청한 KAIST 수리과학과 박 모 교수는 14일 입장문 형식의 이메일을 통해 "강 교수와 개인적인 친분, 학연, 지연, 아무것도 상관이 없다"며 "단지 강 전 교수의 연구 논문들을 보고 그 내용들이 궁금해 강연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초청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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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박 모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이메일 전문
KAIST 제공

교수 재직 시절 인턴 여학생과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법원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 모 전 서울대 교수가 KAIST수리과학과가 개최하는 학술세미나에 강연자로 초청을 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강 모 교수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초청 측에 강연 취소를 요청했다. 

해당 교수를 초청한 KAIST 수리과학과 박 모 교수는 14일 입장문 형식의 이메일을 통해 "강 교수와 개인적인 친분, 학연, 지연, 아무것도 상관이 없다"며 "단지 강 전 교수의 연구 논문들을 보고 그 내용들이 궁금해 강연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초청 배경을 밝혔다.

박 교수는 이메일에서 "학생 대상은 전혀 아니고, 관련 전문가들 일부만을 모아 놓고 하는 비공개 수학 강연"이라며 "소수의 전문가만 듣는 순수 수학 비공개 연구 강연에 이미 자기 죄과를 치르고 모든 것을 잃어, 수학 연구 밖에 하는게 없는 사람이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허용하지 못할 정도로 학문의 자유가 없는가"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는 박 교수가 강 전 교수의 초청 배경에 대해 상세히 입장을 밝혀옴에 따라 이메일 전문을 공개한다. 동아사이언스는 당시 피해자들을 고려해 입장문 공개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입장을 인용 보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없애기 위해 KAIST 초청자 측의 입장문 원문 그대로 싣기로 했다. 

강 전 교수는 2010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자신이 지도하는 인턴 여학생과 제자 7명을 8차례 추행한 혐의로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그 뒤 재직 중인 서울대에서 2015년 파면됐다. 강 교수는 만기출소 후 출국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교수로 잠시 일하다 다시 국내로 들어와 ‘한국수학인문연구소’를 세우고 연구활동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박 모 KAIST 교수가 보낸 이메일 전문

1. 환갑이 거의 다 된 강 전 교수는 저와 나이 연배도 매우 다르고, 같은 학교를 동문 수학하거나 학연 지연 등이 있는 사이도 전혀 아닙니다. 단지, 수학 학술대회 등에서 젊은 시절 먼 발치에서 본 적이 있을 뿐이지요. 제가 젊은 학자일 시절 그 분은 국가 대표 과학자로 유명한 분이었고, 그 당시 업적은 여전히 세계적인 업적입니다.

2. 강 전 교수는 이미 형사 처벌을 받고 파면 등 본인의 행위에 대해 모든 죄의 대가를 최종심까지 가서 확정 및 형기를 만기로 마쳤습니다. 전과자일 지언정 자신의 대가를 치른 사람입니다. 이는 저나 기자님과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3. 강 전 교수는 그 후 실업자가 된 후 아랍에미리트에 가서 잠시 대학 교편을 잡았으나 그쪽 현지사정에 의해 국내로 돌아와, 개인 연구소를 만들어 계속 수학 연구를 하고 있고, 감옥에 수감 생활을 할 때도 수학 연구를 계속하면서 그 당시 연구 중 일부가 저명 저널에 실리기도 하는 등, 사실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틱 한 삶을 몸소 살고 있는 학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범죄자가 된 후 더욱 더 악랄한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순수학문에 인생을 바치는 그런 인생은, 기자로써 관심을 가져 보실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저는 강 전 교수와 개인적인 친분, 학연, 지연, 아무것도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강 전 교수의 연구 논문들을 보고 그 내용들에 대해 궁금하여 강연을 부탁하였을 뿐입니다. 세계적인 전문가가 있는데 수학 연구 때문에 강연을 부탁하고 배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에, 학생 대상이 전혀 아니고, 관련 전문가들 일부만을 모아 놓고 하는 비공개 수학 강연을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공과 사는 구분을 엄격히 해야 하니 말입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전 교수는 아직 아무런 서류 작업도 하지 않았고, 단지 학과의 홈페이지에 단순히 공지만 하였는데 언론 보도가 나가는 것을 보고, 심리적으로 동요가 있어 저에게 연락해 와 강연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것이 사건의 전부입니다.  소수의 전문가만 들을 순수수학 비공개 연구 강연에 이미 자기 죄과를 치르고 모든 것을 잃어, 수학연구 밖에 하는게 없는 사람이 수학연구 성과를 전문가들에게 발표하는 것도 못할 정도로 학문의 자유가 없습니까?

제가 묻고 싶군요.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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