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들은 이미 입장했다..SNS의 내일 '클럽하우스'
[경향신문]
글·사진·동영상 넘어…이번엔 시대 거스르듯 ‘오디오 기반’
‘실시간·실명·쌍방향’ 아이폰 전용 음성 대화 서비스 앱
머스크·저커버그 등 ‘핵인싸’들 잇단 대화 참여, 인기몰이
시작은 ‘글’(텍스트)이었다. 그다음에는 ‘사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동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대세’는 이렇게 ‘순리’대로 바뀌었다.
페이스북(2004년 시작)과 트위터(2006년)에 열광하던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2010년)으로 또 다른 세계를 맛보았고, 틱톡(2016년)으로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한동안은 동영상, 그중에서도 ‘숏폼’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인스타그램이 지난 2일 한국에서 숏폼 동영상 기능 ‘릴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모으며 숏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의 틱톡을 겨냥한 서비스였다. 릴스는 증강현실(AR) 기능으로 배경을 바꾸는 기능까지 갖췄다.
증강현실 기능까지 나온 마당에 다음 SNS는 무엇을 보여줘야 대세가 될까.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참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시대를 거꾸로 올라가듯이 ‘오디오’에 기반한 SNS가 나타난 것이다. 순리를 거스른 것처럼 보이는 이 SNS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올해 한국에도 도착했다. 지난해 말까지 60만이었던 앱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200만이 됐다. ‘억단위’로 이용자 수를 계산해야 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비하면 ‘대세’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그 수가 적지만, 이른바 ‘인싸’(인사이더)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뜨겁다. 바로 ‘클럽하우스’다.
■ 클럽하우스가 뭐기에
클럽하우스는 아직 만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SNS다. 지난해 4월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출시했다. 아직까지는 오직 아이폰(iOS)에서만 구동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삼성이나 LG폰에서는 클럽하우스의 맛을 볼 수 없다.
가장 큰 특징은 오디오, 그중에서도 음성에 기반한 서비스란 점이다. 사용자가 방을 만들고 대화할 사람을 초청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대화방 리스트를 보고 방을 골라 들어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 주제는 정치부터 경제, 스포츠, 예술까지 다양하다.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심오한 토론이 오갈 수도 있고, 잡담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 방 안에는 모더레이터(관리자)와 스피커, 리스너가 있다. 모더레이터는 진행자 역할을 한다. 스피커를 추가하고 빼버릴 수 있다. 마이크를 끄고 켜기도 한다. 스피커는 연사다.
그렇다고 리스너가 듣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손을 들면’ 된다. 모더레이터가 권한을 주면 발언이 가능하다. 똑같이 음성에 기반한 팟캐스트가 일방적인 소통이라면 클럽하우스는 쌍방향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음성으로 현장에서 하는 피드백은 댓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클럽하우스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은 ‘핵인싸’(핵+인사이더)들의 클럽하우스 ‘입장’이다. 지난 1일에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나타나더니, 5일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했다. 머스크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의 CEO 블라디미르 테네프를 불러내 최근 ‘게임스톱 주식’과 관련된 현안을 질문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한국에서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했다. 여기에 베타서비스라 앱을 깔아도 기존 회원에게 초대장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함을 더했다. 이제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최신 트렌드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 클럽하우스는 대세가 될까
클럽하우스는 실시간으로, 실명으로 대화가 오고 간다. 또 한 번에 하나의 방에만 참여할 수 있다. 녹화나 녹음 기능을 켜면 경고문이 뜬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차단당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진짜 공간’이 휴대전화 안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는 클럽하우스 안에서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토론 중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혐오발언이 오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클럽하우스의 장점으로 꼽히는 ‘수평적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핵인싸’들에게 관심과 권력이 몰리기 마련이다. 스피커와 리스너가 고정되는 순간 클럽하우스는 기존의 ‘강연’과 다를 바 없어진다.
분기점은 현재의 베타서비스가 끝나고 안드로이드 앱이 나오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제어하고,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더 민감한 iOS 이용자들을 넘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까지 클럽하우스가 단숨에 끌어들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대세’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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