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질병 찾아내는 '자기장 진단법' 기초기술 개발
농작물 효율적 재배 활용에 기대
[경향신문]
잎 등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측정해 식물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질병을 알 수 있게 하는 기초 기술이 개발됐다. 잘 자라다가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시드는 농작물이나 화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진단해 치료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주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독일 마인츠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발표한 분석 결과를 인용해 식물에서도 생체 자기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 식물 자기장 연구는 소외된 분야였다. 대부분의 자기장 연구는 동물이나 인간에게 집중됐다. 자기장을 만드는 신경계가 잘 발달한 동물이나 인간이 연구의 접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인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식물 자기장 연구 대상은 콩과 단세포 조류뿐이었다.
연구진이 이번에 자기장을 측정한 식물은 ‘파리지옥’이다. 여러해살이풀인 파리지옥은 파리를 비롯해 나비나 거미 등을 산 채로 물어 낚아챈 뒤 소화액을 분비해 약 일주일 동안 천천히 녹여 먹는 식충식물이다.
연구진이 파리지옥의 자기장을 확인한 방법은 열 스트레스다. 20도부터 45도까지 천천히 온도를 높였는데, 30도 이상부터 자기장이 관찰돼 40도 이상부터 파리지옥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자기장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번 관찰에 ‘원자 자기 측정기’라는 첨단기기를 동원했는데, 이를 통해 0.5피코테슬라의 자기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 수치는 동물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수치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파리지옥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잎 등에서 나타나는 전기 에너지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앤 패브리컨트 마인츠대 연구원은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전기적 활동이 있는 곳에선 반드시 자기 활동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파리지옥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가 식물의 생장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작물이나 관상용 화초 등 다양한 식물 종이 내뿜는 자기장의 특징을 사전에 파악해 취합해 두면 특정 식물이 앓고 있는 질병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장 측정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 뿌리를 훼손하지 않고 알아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앞으로 연구진은 자기장 연구를 파리지옥 외 다른 식물로 확대해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급격한 온도변화, 초식동물의 공격, 화학적인 노출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식물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해 농작물 등을 효율적으로 기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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