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질 중국산이 국산 둔갑.."원산지 라벨 갈이"
<앵커>
일선 경찰들이 쓰는 경찰 모자 4만여 개가 중국산 저질 제품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상표를 바꾸는, 이른바 '라벨 갈이' 수법으로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킨 건데, 납품된 규모만 2억 6천만 원에 달합니다.
전병남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평범해 보이는 경찰 모자.
그런데 뒤집어 보니, 원래 달렸던 상표 딱지를 잘라낸 흔적이 보입니다.
이른바 '원산지 라벨 갈이' 수법을 통해 국산품으로 둔갑시킨 중국산 경찰 모자입니다.
이런 저질 제품들이 실제 경찰청에 보급됐습니다.
조달청과 관세청 합동 조사 결과, 2년 전 조달청 납품 계약을 따낸 A사는 '직접 생산한 국산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핵심 계약 조건을 어기고 수입업체 B사에 하청을 줬습니다.
B사는 중국에서 만든 경찰모 4만 3천여 개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A사에 다시 넘겼습니다.
이런 수법을 통해 납품된 규모만 2억 6천만 원에 달하는데, 이 '라벨 갈이' 경찰 모자는 일선 경찰들에게 모두 지급된 상태입니다.
연간 2만 개의 모자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던 공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건물 관리인 : 옷 만들었어요, 옷. (옮긴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경찰서에서 왔던가, (조사하러) 왔더라고.]
A사와 B사는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산 방한 장갑 3만 6천여 점을 국산으로 속여 육군에 납품하는 등, 모두 합쳐 8억 2천만 원 상당의 라벨 갈이 납품 사기를 벌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경협/국회 정보위원장 : 치안과 국방의 일선에서 고생하는 경찰과 군을 상대로 이런 신뢰할 수 없는 제품을 납품했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고요.]
조달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비슷한 '라벨 갈이 납품 사기'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조사 확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유미라, VJ : 김종갑)
전병남 기자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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