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법관 탄핵소추, 감시와 견제라는 대원칙 확인"
'거짓말' 김 대법원장도 비판
[경향신문]
현직 판사가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그의 사표를 반려한 사유를 거짓 해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김 대법원장의 사과와 사법농단 피해자의 권리구제 방안을 제안했다. 헌법재판소가 임 판사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한 가운데 김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4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임 판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임 판사는 지난 1일 “사실관계의 확인도 없이 탄핵소추의 굴레를 씌우려 하는 것은 특정 개인을 넘어 전체 법관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송 판사는 탄핵소추가 전체 법관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에 “이번 탄핵소추는 법관이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남아서는 안 되고, 다른 권력에 의해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실천적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탄핵소추는 법관사회 내부의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결사항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적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11월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의결했다.
송 판사는 국회의 사실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임 판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탄핵의 심판은 구두변론에 의하고, 위와 같은 구두변론을 거쳐 파면 결정의 선고 여부를 위한 사실조사가 (헌재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송 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에 대해서도 “어떠한 경위나 이유에도 불문하고 신중하지 못하며 그 내용도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임 판사 측이 지난 4일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판사 사표를 반려하며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말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김 대법원장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했다.
송 판사는 “지금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바로 대법원장 본인”이라며 “대법원장은 이제라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 전체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과에는 헌정사상 법원에 대한 첫 탄핵소추에 대한 반성과 유감 표시도 포함돼야 한다. 소위 사법진실화해위원회 구성을 통한 사법농단 백서의 발간 및 사법농단 판결 관련 피해자들의 권리구제와 피해회복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이 글은 법관 탄핵소추 사태에 현직 판사가 실명으로 의견을 밝힌 세 번째 사례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임 판사의 탄핵소추가 필요하고, 김 대법원장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5일 임 판사의 의사를 존중해 사표를 수리해야 했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지만 자진 삭제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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