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첫 통화 '2시간 기싸움'
인권·무역·핵심이익 견해 차
대화 물꼬 텄지만 '험난' 예고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미·중 정상이 첫 통화를 하면서 막혀 있던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2시간이나 진행된 통화 내용의 대부분은 핵심 이익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채워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와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홍콩과 신장(新疆)의 인권, 대만 문제로 충돌했다. 시 주석은 “대만, 홍콩, 신장 등의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미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반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에 대한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유린, 대만을 포함한 역내에서 점점 더 독선적인 행동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과 충돌해 온 무역 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까지 지적하면서, 양국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한 다음날인 11일(현지시간) 일부 상원의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도 중국의 사례에 빗대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들(중국)이 우리 점심을 먹어 치워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이 기후변화 대응, 무기 확산 방지 등에 대해서는 양국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핵심 이익에 대한 이견 차가 워낙 커서 관계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거론한 우려 사항들이 모두 본질적으로 중국의 핵심 관심사인 만큼 이견을 좁히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화는 시 주석이 지난해 3월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미·중 정상 간 첫 통화였다.미국의 중국 코로나19 책임론 제기, 중국 기업 제재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랭한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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