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표 부족' 트럼프 탄핵안 또 부결..다음 대선 출마 길 열려

장은교 기자 2021. 2. 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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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폭동' 관련 미 상원 표결서 '유죄 57표'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투표 결과가 13일(현지시간) TV 중계 화면에 방송되고 있다. 미국 상원 TV 제공
트럼프, 정치 재개 시사…민주당, 다음 카드 빼낼 가능성
공화당 1인자 매코널 “도덕적 책임”…당 분열 가속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두번째 탄핵재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4년 대선 출마의 길이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정치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탄핵안 심사와 투표는 닷새 만에 싱겁게 끝났지만, 트럼프 탄핵을 무죄로 만든 공화당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졌다.

■ 과반이 유죄 표 던졌지만 부결

미 상원은 13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탄핵심판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당 의원 50명 전원과 공화당에서도 밋 롬니 의원 등 7명이 유죄 의견에 표를 던졌지만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67표엔 미치지 못했다.

탄핵심판의 쟁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6일 발생한 의사당 폭동에 책임이 있느냐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인준하기 위한 의회 회의가 열리기 직전, 지지자들을 향해 “대선 결과는 사기”라며 “지옥처럼 싸우라”고 선동했다. 집회 이후 지지자들은 의사당을 습격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관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탄핵안 심사 과정에서 경찰관 두 명이 폭동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도 공개됐다.

폭동 직후엔 공화당 내에서조차 탄핵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이번 탄핵심판에서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지키기’에 동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미 역사상 최악의 마녀재판이었다”고 탄핵심판을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나는 여러분과 공유할 게 많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놀라운 여정이 계속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혀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CNN의 정치분석가 해리 엔튼은 “트럼프는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다음 대선 후보이고, 공화당은 트럼프를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탄핵안이 부결된 후 “취약한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 다음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사람은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14조 3항을 동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금지를 놓고 표결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한 뉴욕 검찰 수사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혼란은 이제부터

탄핵재판 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날의 사건(의사당 폭동)에 실질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매코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통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핵재판에서 무죄에 투표하고도 매코널 의원이 이런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판결을 통해 공화당 내분이 더 깊어지는 것을 피하고, ‘트럼프 시대’의 페이지를 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1인자’로 통하는 매코널 의원이 나서 트럼프 효과를 차단하려 애쓸 만큼, 당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82%는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공화당원 72%는 트럼프의 ‘선거사기’ 주장을 여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에 대해 이미 ‘복수’를 선언한 상태다. 다음 선거에서 이들이 아닌 새로운 도전자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의사당 폭동 사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플로리다까지 날아가 전격 회동을 가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의 정치분석가 해리 엔튼은 “많은 평론가들은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 때문에 트럼프가 두려워 탄핵안을 반대했다고 보지만, 생각보다 많은 의원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그가 탄핵당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실제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탄핵 무죄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당의 분열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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